사진으로 말하기

끌림으로 -by 이재현

phototherapist 2018. 4. 12. 22:23

 계획을 세운다고 계획대로 되는 세상이 아님을 안다.

끌림이 있는 일을 하고

끌림이 있는 것을 보고

끌림이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 된다.

 

끌리지 않는것에 연연해하며 유지하려 애 쓰지 않아도 된다.

끌리지 않는다는 것은 그에게 관심이 사라졌음을 말하기도 하는 것이므로.

세상에 널린 다양한 끌림에 시선을 주기도 바쁜세상.

끌림에 충실하기로 한다.

 

청도 어느 동네는 그런 끌림으로 들어선다.

길을 지나다 저 곳으로 가보자는 우발적, 충동적 끌림으로 동네에 들어선다.

마을은 조용하다 못해 한적하기 그지없다.

 

조용함을 깨고 사부작거리는 발걸음의 어르신 한 분이 문을 나선다.

 

무심한 듯 사진을 찍는 사람은 아랑곳 없이 어르신은 길을 걷고 나는 뒤를 따른다.

끌림이다.

마을에 보이는 단 한 사람이었고 그 사람은 나를 잡아 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골목을 휘돌아 걷는 어르신을 자석에 이끌리 듯 한참을 스토커처럼 따라간다.

 

13583298340이란 글씨가 씌어있는 집으로 어르신이 들어선다.

일행 한 분이 해결해야 될 중대한 사안(?)으로 어르신의 화장실을 써도 될지 조심스레 여쭙자 흔쾌히 그래도 된단다.

내 끌림과 그의 인연으로 연결된 시점이다.

이 우주에 어르신과 나와 일행이 만날 수 있는 확률이래야 도대체 몇%나 될까?

끌림은 말도 안되는 인연을 만들고 우리를 연결짓게 만든다.

붉은 글씨 선명한 대문을 통해 따라 들어간다.

어르신의 집은 우리네 시골마을과 별반 다르지 않게 정감이 넘친다.

봄볕에 씨로 뿌려질 옥수수가 바구니에 가득하고

씨가 싹을 틔우고 옥수수가 열리는 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아무렇지 않게 바닥에 놓여있다.

 어르신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포즈 요청하니 수줍은 미소를 보내며 자세를 취해주신다.

 

끌림은 잠깐의 인연으로 서로를 기억하게 하고 어르신은 짧은 만남을 아쉬운 듯 우리를 배웅한다.

 우리네 부모가 그랬듯이 떠나는 자식을 보내는 부모맘처럼 어르신도 우리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대문앞에 서 있다.

끌림은 내 부모를 그리는 마음에서 출발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얼토당토 않은 생각을 하며 길을 나선다.

동네를 벗어나며 좀 더 기억에 잡아두려고 셔터를 누르는 손이 번잡하다.

그리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막연함을 셔터로 잡아두려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