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에 선물받은 눈
눈을 뜨니 소복이 쌓여 있는 눈에 등교와 출근을 서두르는 남편과 아이들의 보면서도
그들이 나가면 나도 어디로든 나가 볼 요량으로 준비를 한다.
'삼월에 이런 눈이라니' 남들은 철 없다 싶을 테지만 베낭하나 메고 아이젠을 챙겨 삼각산을 향한다.
아파트를 살짝 벗어나니 나무들이 빛나는 옷들을 입고 반기는 듯 어우러져 혼자서 '와~우'를 외치며 걷는다.
너무 많은 눈이 온 탓일까? 산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한 탓인지 사람들이 많지 않다.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여자 산행객을 찾아 조심스럽게 뒤를 따라가며 그들의 소소한 얘기들을 본의 아니게 듣게 되었는데
그네들도 아이들에게 나와 같은 말을 하고 같은 고민을 하는데 꼭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아 피식 웃음이 난다.
발목을 넘기는 눈 속을 천천히 걸으며 아들과의 관계가 힘겹다는 한 엄마가
'하얀 눈처럼 내 마음도 하얗게 되었으면, 우리 아들 마음은 더 많이 하얘졌으면 한다'는 바램을 산은 들어 줄것 같은
무모한 믿음까지 생기게 되는 눈꽃산행을 한다.
오늘은 칼바위까지 가 보리라 마음먹고 나선 산행은 칼바위를 우회하며 어려움에 봉착했다.
무릎까지 푹푹 쌓인 눈이 길을 분간 할 수 없게 만들어서 먼저 올라간 이의 발자국을 나도 똑같이 밟고 오르다
앞서가는 분들은 중도에 포기하고 뒤돌아 가는 모습을 보며 칼바위 능선까지 가서는 하산한다.
돌아오는 길에 앞서간 분들이 '대동문'까지 다녀오시는거냐는 물음에 '대동문'이 가깝냐는 그들에겐 다소 엉뚱한 질문에
바로 코앞 오분도 남지 않은 곳까지 갔다 온 것이라나?
능선에 올라서서 성곽이나 문이 보였다면 갔을것을, 작은 봉이 가려 볼수 없었던 탓에 내려온 것이 못내 아쉽다.
그곳까지는 처음이라서 지척에 '대동문'이 있는지도 몰랐다는...ㅋㅋ
내려오는 길에 올라오시는 육십대쯤 되어 보이는 분이 '너무 멋지죠? 행복해서 다들 표정이 밝아요~!'라며 웃으시는데
그분에 행복해 보이는 얼굴에 나도 동화되어 오늘에 산처럼 다른 이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본다.
아파트 뒤 계단을 오르니 하얗게 쌓인 눈이 반긴다.
온통 눈꽃이다
넘넘 예뻐서 한참을 서 있었던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