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바람
북악산 성곽을 넘어 부암동으로 가고자
간단한 도시락을 싸서
삼청터널 앞에서부터 산행을 하려고 택시를 잡아탔는데,
공무원 정년을 하시고 이제 택시를 운전한지 4개월째 된다며
아주 느리고 누군가만 걸리면 무슨 말이라도 해 주겠다는 각오로
운전을 하시는 분을 만났다.ㅎㅎ
우리가 타자마자 말씀을 시작하시면서 이야기 중간에 간간히 이리로 가면 되느냐고
물어보시며 운전을 하신다. 아직은 능숙한 단계가 이닌듯.
아저씨가 느린 속도로 운전을 하니 2차선에서 뒤에 따라오던 자동차가
계속해서 크락션을 울려댄다.
'어차피 신호대기 중에 만날건데 왜 그러는 지 이해 할 수 없다'는 아저씨가
'빨리 빨리'와 '능숙'한 것에 익숙한 우리도 마뜩 치 않다.
새로운 일을 시작 한 것에 대한 설레임과
정년 후에 남자들의 설 자리가 없음을,
자신이 세상 물정 모르는 우물안 개구리 였음을 이야기하고
어떤 직업이 돈을 가장 많이 벌것 같으냐?고 질문도 하시며
공감대 형성을 위한 눈맞춤도 잊지 않으신다.ㅋㅋ
아마도 우리가 더 멀리 갔다면
아저씨는 우리가 드라이브를 즐기려고 같이 차를 탄 사람쯤으로 여기며
아주 느리게, 천천히 운전을 하셨을 것이다.ㅎㅎ
택시에서 내리며
직업을 정말 잘 선택하신 것 같다고 이구동성.ㅋㅋ
북악산 성곽길을 따라 부암동으로 고고씽~!
부암동에서 백사실계곡의 '개도맹'이 서식한다는 곳을 찾아 갔지만
왕 실망~~.
생태 조사를 하시는 두분을 만나 길도 물어보고
계곡의 현 실태를 듣게 되었는데,
도룡용 알들이 오염 된 수질로 인해 깨어날 수 없게 되었고
기름치는 살고 있다지만 그리 많지는 않은 듯.
심각한 오염때문에 매일 계곡을 다니며 조사를 하고 있다고 하신다.
기대 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에...ㅠㅠ
계곡을 따라 세검정 길로 내려와서는 둘레길을 따라 다시 집으로.
지나는 중에 진달래, 개나리, 목련과 작은 들꽃들이
즐겁게 한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골 마을에서나 볼 수 있는 뒤뜰 텃밭에 널려진 빨래,
바람도 향기로운 봄날에 본 풍경이다.
똑딱이 카메라로 찍은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