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그 아이의 눈빛

phototherapist 2015. 12. 19. 10:43

 그 아이의 눈을 봐 버렸다.

붉게 충혈되어 금방이라도 눈물이 또르르 떨어질 것 같은 눈을.

그 눈을 보는 순간, 나는 울어버렸다.

일정 회기를 정하고 시작한 미술치료.

예쁘고 말도 ​또박 또박 잘하는 아이는 또래 친구들이나 주위에서

귀여움과 예쁨을 받지 못한다 했다.

사랑스럽게만 생긴 아이, 어느 구석하나 미워할 곳 없는 아이.

그 아이는 관계맺음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선생님들의 요청으로 나와 만났다.

처음에는 경계의 눈빛을 보이던 아이는 차츰 얘기를 하기 시작했고​

눈에 띄게​ 변해갔다.

그림으로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듯 하였으나 친구들과의 관계와

주위 언니 오빠들, 그리고 어른들이 '달라졌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사랑스런 아이로 변해갔다.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에 그 아이는 자신을 지지해 주고 믿어 주고, 약속을 지키는 어른 하나를 보면서 변해갔다.

함께 하는 동안 작은 약속이라도 지키려고 노력하였고 설령 못 지키게 되면 미리 말하고 양해를 구했다.

믿을만한 사람이 세상에 하나쯤은 있다고 믿게 하고 싶었다.

그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 아이가 오늘,

엉엉 울지도, 떼를 쓰지도 않으며 눈물을 글썽인다.

'수업은 없어도 한 번 씩 보러 올 수는 있어요?​.' 그 아이의 입에서 그 말을 듣는 순간 꼭 안아주었다.

그 작디 작은 입으로 어찌 그런 말을...

그 모습이 더 가슴 아프게 나를 울린다.

안아주며 잘 지내라는 당부를 하는 나를 아이가 가만히 들여다 본다.

그 순간, 그 아이를  도와 주겠다던 ​내가 아이로 인해 도움을 받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마지막 회기를 끝으로 수업이 더 이상 없음을 말하는 나에게 더 하면 안 되냐고,

놀러는 올 수 있느냐고 묻는 아이에게 내가 잘못한 것인가? 더 해야 하는 건가?

더 큰 상처를 준 것은 아닌가?하는 자책을 하며 집으로 오는 내내 마음이 무겁다.​

오늘은 잠을 이루지 못 할 것 같다.

그 아이의 눈이 나를 아프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