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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의 기도-우담바라로 피다.
phototherapist
2017. 10. 19. 17:15
베롱꽃이 화사하다 지쳐 떨어져 뒹구는 봄날,
봉은사엔 하얀 모시옷에 회색바지, 머리가 백발인 할머니가 두 손 모아 예를 갖추어 오랫동안 기도를 한다.
나는 밖에 서서 배롱꽃 선명한 바닥을 한참 바라본다.
그러다 눈 돌린 순간, 우담바라라고 하는 풀잠자리 알이 연등줄에 핀 것을 본다.
그것이 우담바라든 풀잠자리 알이든 상관없다.
그 작은 모양의 여리고 앙증맞은 꽃(꽃이라 칭함)과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이 귀한 것이다.
신기함을 넘어 그 곳에서 그것을 본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을까? 라는 생각에 주위를 둘러보며
혼자만 봤을 거라는 확신을 갖게되니 왠지 모를 기쁨이 있다.
그 기쁨이 수 없이 많을진데 모르고 지나치는 것일 뿐 수 많은 사람과 사물, 자연을 접하면서
그들의 귀하고 강력한 힘을 나누어 받으며 살아오고 있는데 말이다.
살면서 마주하는 것들과 눈 맞추며 스쳐 지나치지만 그 인연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며
알고 살아가는 것이라야 아주 미미함일 것이다.
의식하지 못하는 그런 인연까지 내 안에 쌓여 내가 되는 것이다.
어느 니의 연등에 기도로 피어난 그 작은 꽃을 보며
사람과 자연, 만남의 연속인 것이 삶이고 나임을 새삼 알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