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말하기

시간과 공간의 박제-by이재현

phototherapist 2017. 12. 28. 14:36

 시간은 4시 42분과 3분 사이, 해질녁 시간.

인생주기가 바뀌어 예전같지 않게 50대가 청년기라지만,

여전히 내 머리 속엔 50이 넘으면 인생의 후반을 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후반을 얼마나 길게, 어떻게 보낼지의 문제일 뿐.

 시간은 그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고드름 꽁꽁 얼어 처마 끝에 매달린 겨울 날, 따스한 햇님이 화사해서 다행이다.

고드름 세 조각은 길지않고 그 조각 옆 작은 고드름 두개도 잘뚝하니 가볍다.

 밤새 얼어있다 슬그머니 물방울 뚝!하고 사라질 것이다.

그것은 또 하나의 시간이다.

시간은 얼었던 얼음을 녹게도 얼게하기도 하며

지나치게 가볍지 않게 고민하고 고심하며 살라는 경고로 보인다.

살며 겪게되는 일들은 옅어지고 변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가볍게 살라고도.

처마밑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찬란하리만치 빛난다.

나무에 걸린 하늘은 시리게 푸르고 나뭇잎 하나 없는 가지는 빛난다.

 이 시간이 좋다.

크고 작은 일들이 있고

하늘과 나무가 기대고

빛과 그늘이 동행하고

시간과 공간을 공유한.

 

 시간은 갇혔다.

도심 속 산사는 고즈넉하다.

종교와 이념과 사상과 맞서지 않는 곳이라는 느낌이다.

길상사 그 곳, 스님들 처소 앞의 그 시간은 내 기억속에 갇혔다.

사진 한 장으로 인해 꼼짝없이 내 뇌리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