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말하기
점점이 핀 꽃 속에서, 그는.-by 이재현
phototherapist
2017. 12. 29. 21:39
레인져의 다급한 무전을 받는다.
그가 나타났단다.
30여대의 트럭이 몰려든다.
이스라엘이 베테랑이란 걸 알았지만,
그를 잘 볼 수 있게 트럭들 틈새를 겨냥하며 이리저리 이동한다.
그는 어슬렁 트럭 사이를 오가더니 풀 숲을 천천히 걸어간다.
그리고 등을 낮추어 몸을 은닉한다.
사냥을 할 거라는 이스라엘 말을 믿지 않았다.
사냥감이라곤 보이지 않음이고 그렇게 지켜보는 많은사람과 자동차를 두고
사냥을 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잠시 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튕겨져 오르며 자기 몸집만한 임팔라를 단숨에 제압한다.
둘은 그렇게 하얗고 빨간 꽃이 점점이 핀 풀 숲에 있다.
희번득이는 임팔라의 눈을 렌즈를 통해 본다.
.........
마지막 그 눈빛을 보았던 나는 사진을 꺼내 들지 못한다.
이제야 사진을 꺼낸다.
어느 생의 마지막 가는 것을 오롯이 지켜보는 것은 처음이다.
그들은 그렇게 있었다.
들판에 핀, 하얀 꽃이 선명한 그 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