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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로를 달리다.- by 이재현
phototherapist
2018. 2. 19. 21:19
신작로의 첫 기억은
어른들 보폭을 따라 걷느라 뛰다시피 십리를 걸어 공연을 보러 갔던 거다.
공연이라면 지금의 공연과는 판이한 것으로 작은 서커스단이 천막을 쳐놓고
표를 사서 들어가면 바닥에 줄 맞춰 앉아서 구경을 했었다.
무슨 공연을 했는지조차 가물거린다.
신작로는 만원버스에 매달려 가고오는 언니오빠들을 바라봤었고
그런 버스가 지나가면 손을 흔들며 멀찌감치 물러났다가 버스가 가고나면
신작로로 다시 올라섰는데 비포장도로에 뒹굴던 돌멩이가 튀어 올라 다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그 길은 십여년이 흐른후 아스팔트로 덮였다.
단단하고 결이 고와 돌이 튈 염려도 없고 먼지 풀석일 일도 없었지만
신작로가 왠지 그리웠다.
그런 신작로를 만났다.
그 길을 꼬마가 간다.
유년의 나를 불러오게 된다.
기억되는 시기의 키에 아이를 보면 내 어릴적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전봇대에 신발 던지기를 하고 길가에 코스모스 꺽어 머리에 꽂고
사탕 입에 물고 삘리 녹을까 노심초사하면서도 달달함에 행복했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먼지 이는 신작로를 가며 옛날로 돌아갔다 그 시간을 추억하고 다시 돌아온다.
이 길처럼 삶이 평탄하고 곧기만 한 것이 아님을 새삼 깨닫기도하고
그런 시간을 보내고 앞으로도 맞이하며 또 지나서 내가 있는 것이다.
신작로는 조금 행복하다고 느낄라치면 그런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주기도해서
일부러 그런 길을 찾아 돌아갔다 돌아오기를 반복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