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말하기

<글로 쓰는 사진이야기> 요정이 나타났다!-by 이재현

phototherapist 2018. 7. 27. 12:20

 강 기슭에 애교섞인 표정으로 인사하는 요정이 있다.

맨발로 뛰어다니다 눈 마주치면 손 뽀뽀를 날린다.

요정은 조화롭고 생동감 넘치게 내 안을 날아다니고

머리와 눈, 마음으로 담으려 셔터를 누른다.

우리 마음은 사진의 시각적 내용을 보는 것과 시각적 사실을 구분짓지 않는다.

사실을 보며 그 사실에 연연하지 않고 내 주관적인 생각과 느낌으로 받아들이기를 일삼는다.

나는 그들을 요정이라 부른다.

 

 앙증맞은 한 손은 미소를 지을락말락하는 입가에 머물고 한 손은 어색함을 무마하려고

살짝 떨구었지만 리듬있어 생기롭다. 뒤꿈치를 들어올린 발끝은 앙증맞게 사랑스럽다.

요정들은 딱히 놀잇감이 있는 것 같지 않은 곳에서도 재미지게 놀이에 한창이다.

 

 

 

 

 

 강 건너편,

초록으로 깔맞춤하고 서서히 노를 저어 다가오는 요정들이다.

강 건너편은 공사가 한창이다. 건물을 짓고 있는지 오래된 건물을 보수하는지 알 수 없다.

그들이 오는 것을 멀리서 지켜보다가 그들에게 향한다.

사랑이라는 조준선 위에 다가오기를 기다려 큐핏의 화살을 날린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집중력과 감수성, 기하학적인 감각까지 요구한다.

하나의 목표물을 포착하면 흘려 보내지 않는 집요함을 주는 매력도 더불어.

그것을 놓쳤을 때 오는 후회보다 지금 달려가서 만나는 것이 덜 후회스럽다는 것을

사진은 알려준다. 인생과 다를 바 없는 사진,그래서 참 좋다.

 뛰어 달려가면 보여준다.

어렴풋하던 것들을 선명하게 하고 그 선명함을 내 방식으로 받아들여 이제 말 할 수 있다.

 그들의 표정까지 가까이서 보는 것, 평생에 한 번의 만남이 사소하다 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것을 행운이라 말한다.

 

 나이 지긋한 나무는 요정과 행운을 거머 쥔 사람을 담아두겠다.

수없는 노질과 오고감의 무게에 지쳐 물에 잠겨 쉬고 있는 배가 있는 곳,

사람과 배와 새와 강을...... 뿌리 깊은 스펑나무가 무던하게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