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봉사

얼마를 돌아 돌아서 만난 것일까?-by 이재현

phototherapist 2018. 9. 27. 16:21

 '둘이 붙어서라고? 맨날 붙어있는데 뭘 또...'


둘씩 찍을 수 있는 분들을 먼저 찍어드리는데 들리는 소리다.

얼마를 돌아 돌아서 만난 인연이면 고운시절 다 보내고 민낯으로 만나게 되는 것일까.

두 분은 민낯에 희어진 머리를 하고 마주 안고 선다.

 한 손은 어깨에 걸치고 한손은 마주 잡고 화사한 미소를 보내는가 하면,

어색함을 버리지 못해 마주한 손과 한 손은 가지런히 바지아래로 흘러내린다.

곧 서먹함은 사라지고 흘러내린 한 손은 어느새 다른 한 손을 감싸 안아 쥘 것이다.


그렇게 만났다.

그녀들이 긴 시간을 흘러 만났듯, 우리는 그녀들의 만남을 <동대문 휘경데이케어센터>에서 만난다.

만남은 언제나 설렘을 동반한다.

깔끔한 실내와 밝은 분위기의 센터에 들어서며 여기 계신 분들을 상상한다.

상상은 현실이 되고 분위기만큼이나 닮은 어르신들을 만난다.

 빨강 쉐터의 어르신은 '잘 안 찍어주면 가만 안 둬~.라며 애교섞인 으름짱을 놓으시고

'잘 찍어드릴게요~.' 맛장구치니 편안한 눈빛을 보내신다.



눈 부시다며 눈을 꼭 감고 뜨지 않으시던 어르신이다.

농을 던지고 복지사님의 노래소리가 들리고서야 따라부르며 활짝 웃는다.

눈썹달 닮은 예쁜 눈을 찍어 드릴 수 있어 기쁘다.


입가에 손을 가져다 대고 얼마나 활짝 웃는지 얼굴이 땅을 마주한다.

호탕하게 잘 웃는 분이다. 그 웃음이 소녀다.



사진을 한참 보더니 다시 걸어 놓으란다.

그것은 걸어놔도 괜찮다는 사인으로 맘에 든다는 말이다.

그 말이 오늘 들은 말 중 으뜸으로 그 여운은 오래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