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말하기

우리네 어머니,내 어머니 -by 이재현

phototherapist 2019. 2. 8. 10:35

 

바닷가를 어슬렁 산책중이다.

사진을 찍고 싶으면 멈추었다 쉬기를 반복하며 바닷길 따라 흘러간다.


어딜가도 엄마가 있다.

굽어진 허리가 애처로워 보지 않으려해도 닮은 꼴 엄마가 눈에 선명하다.

명절 전, 자식들 먹거리를 준비하는 모양이다.

열 발자국 걷고 굽은 허리 한 번 펴고 더디게 걷는다.

젊을적이야 쉼 한 번 없이 걸었을 바닷길이 멀기만 하다.




작대기로 미역을 들어올려 자르고 거두기를 여러번해도 바구니는 쉽게 차지 않는다.

수차레 헛 손질 끝에 들어올려진 미역을 한 움큼 손에 들고야 마음이 편하다.

자식들에게 꼭 먹이고 싶은 맘에 조바심쳤다.




그런 어머니가 내게도 있다.

한가지라도 더 주고 싶고 먹이고 싶어하는 어머니가 계신것만으로도 가슴 따뜻한.

굽은 허리로 가지런하고 맛깔지고 정성이 담뿍 담긴 밑반찬이며 김치를 담그시는 손 맛을 여전히 볼 수 있음이 위안이다.

자식들 올 날을 기다리며 몇 날 며칠 움직였을테지만 이기적인 자식은 그것 또한 고맙다.


한 달음에 걸어 따라가기 힘들었던 걸음은 온데 간데 없고

자그마한 체구에 곱던 살빛은 쭈글한 골로 계곡을 이룬다.

생기롭던 얼굴은 점점 혼탁해져 가는 눈동자에 점령당했고

반나절이면 끝낼 빠른 손 놀림은 하루 이틀 사흘...기한없는 유예를 둔다.

무엇 하나라도 더 먹이려 휘휘 바쁘던 어머니는 이제 자식이 차려주는 음식을 먹으며 맛있다 한다.

당신이 차려 주지 못하는 아쉬움을 '점점 애기가 되어간다.'는 말로 대신한다.

사랑할 날 그리 많지 않음을 아시는 어머니 눈은 분주히 자식 뒤태를 쫒는다.

자식 또한 그 눈빛을 뒷모습에 담는다.

자식들 훌훌 떠나고 또 다시 헛헛한 맘으로 왁자했던 빈 방을 바라보시겠다.

부모은중경의 내용에 어머니의 은혜 열 가지 중, 늙어 죽을 때까지 자식을 사랑해 준 은혜가 열 번째란다.

수백만가지 은혜중에 '늙어 죽을 때까지 자식을 사랑해 준 은혜'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은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