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의 진수를 보여주마, 북촌으로의 출사-by 이재현
놀이의 진수를 보여주는 출사다.
북촌으로 출발한다.
시작 전부터 진한 향수 냄새에 취한다.
진정 향수라 생각했다.
스치는 여인이 있나? 싶어 주변을 두리번 거려도 마땅히 그럴 만한 사람이 없다.
눈 돌려 올려다보며 라일락 꽃이 진한 향기를 품어낸다는 것을 알아챈다.
어이없는 웃음과 반가움이 교차한다.
북촌에서의 봄 출사는 그렇게 시작된다.
출사를 가는 날, 마음은 먼 여행을 떠나는 사람처럼 들뜬다.
북촌에 바람이 잦아졌다고 심드렁해 하는 상인들의 고민과 너무 시끄러워
불편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무색하게 북촌의 바람은 따스하다.
화사한 튤립은 지나는 청년을 그냥 걷게 하지 않는다.
손 내밀어 쓸어보게 하고 다시 한 번 뒤돌아 바라보게 하는 매력을 뽐낸다.
우리는 카메라를 들이밀고 더 잘 담아보려 엎드리고 기대 찍느라 정신이 없다.
제대로 놀아보겠다는 것이다.
주변 이목에 신경 쓰지 않는다.
누가 오가는지 관심조차 없다.
아이가 놀이에 취해 해가 지는지 모르듯이 어른들도 놀이에 빠지면 아이와 같아진다.
때론 길을 잃기도, 때로는 시간을 잊고 한없이 몰입하기도 한다.
놀이에 빠지면 움츠렸던 몸과 맘을 달 뜨게 하고 목을 밖으로 빼 내어 한 번도 본 적 없는 진기한 것을 보는
아이처럼 호기심을 인다.
카페인을 다량으로 흡수했을 때처럼 마음 또한 싱숭생숭하다.
아이가 새로운 것에 '와~!'를 연발할 때처럼 흥분하는 것이다.
골목을 돌아서는데 수제 가방가게 사장님이 우리를 불러 모은다.
구경하고 싶어 기웃거리는 우리를 본 그가 들어오라 손짓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독특한 디자인의 가방에 눈길을 주며 신기한 장난감을 볼 때의 눈빛으로 바라본다.
어른의 놀잇감을 발견한 것이다.
한참을 만지작거리고 들여다보고 얘기를 나누는 걸로 갖고 싶은 놀잇감을 슬며시 내려놓으며
다음을 기약했던 때와 다름없이 가게를 나선다.
꽃을 꽂아 놓지 않으면 혼자만 겨울을 사는 것 같은 소외감을 느낄까 봐
꽃 송이 몇 개 이리저리 꽂아놓고 그제서야 봄바람에 묻어갈 수 있겠다고 스스로 위안한다.
손님 없는 매장에서 놀잇감을 찾은 것이다.
아이는 이미 봄을 기다릴 수 없어 뛰어가 마중하며 놀이 중이다.
코트 깃 펄럭이며 뛰어가지 않으면 쉬 달아날까 두려운 것이다.
설마, 이렇게 달려가는데 섭섭해하지는 않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놀이를 마중한다.
놀이의 진수는 절정에 다다른다.
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은 즐겁기 그지없다.
놀이의 끝판이다.
즐겁기 위한 놀이, 즐기며 하는 놀이.
북촌에서의 놀이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갤러리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의 여유와 사진전을 감상하며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찍고
미술관 앞 벤치에 앉아 별다른 말없이 지나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선사하는 놀이다.
놀이의 진수는 여유와 즐거움, 말을 잃어버리는 몰입과 흥분,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