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말하기
없는 듯 진한 향기-by 이재현
phototherapist
2019. 5. 11. 10:03
친정집에 들어서면 향기 없는 향기가 난다.
엄마의 향기, 화사한 철쭉의 향기.
철쭉이 피는 시기를 맞춰 친정에 가면, 엄마의 자랑이 넘친다.
"봐봐~,이쁘지?.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이쁘다고 집으로 들어와서 구경하고 가기도 혀~."
그랬다.
철쭉이 피면 엄마가 아는 사람들뿐 아니라 모르는 사람도 간혹 들러 '꽃 참 이쁘다.'라며 쉬어간단다.
사람을 불러 모으는 철쭉이 그래서 더 이쁜 것이다.
하루 종일 사람을 몇 명이나 볼까?
텃밭 채소와 꽃망울 터트리는 꽃과 이야기 나누고, 씨 뿌려 놓은 모종 화분에 싹이라도
나오면 반가워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린 엄마는 외로움을 달래줄 철쭉이 활짝 피면
자랑하기에 바빠진다.
올해는 다른 해에 비해 철쭉이 많이 피지 않았다.
고목이 된 철쭉 대여섯 그루의 키가 너무 높아 담장을 가린다는 이유로 때와 상관없이 느지막이 가지를 쳤더니
꽃이 군데군데 피면서 앓이를 한 것이다.
해마다 분홍과 하양으로 마당을 화사하게 채우던 꽃이 덜 핀 이유다.
그것이 섭섭할 수도 있는데, 앞 쪽은 안 피었는데 뒤쪽은 꽃이 더 이쁘게 피었다는 말로
앓이 중인 철쭉을 치켜세우며 여전한 자랑이다.
봄마다 마중하는 친구의 허물을 덮어주고 이쁘게 봐 주는 엄마는 세월을 제대로 살아낸 사람이다.
흉을 보기보다 칭찬을 할 줄 아는, 세월을 살아낸 사람의 향기가 난다.
없는 듯 향기가 있는 철쭉 향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