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에...
초등학교 4-5학년쯤일 것이다.
크리스마스 전전날
눈밭을 조심스럽게 한복을 챙겨서는
교회 선생님댁으로 찾아간다.
선생님댁은 감나무집 ,
동네 맨 위쪽에 있어서인지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야만 되는 집이다.
집에 들어서자
이미 다른 아이들로 북적이고 있다.
넓지도 않은 방안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연습을 한다.
난 '고요한밤' 노래에 맞추어
무용을 연습한다.
이만하면 됐으니 오늘은 그만 가고
내일 교회에서 한번 더 연습을 해야 하니
일찍오라는 당부에 말씀을 듣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설레여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
다음날은 크리스마스 이브.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음에도 아침 일찍 일어나
다시 한번 한복과 장식들을 챙기고는
집에서 혼자 연습을 하고
저녁에 행사준비로 돌입!!
미장원(옛날엔 미용실을 이렇게 ...)에
들러서는 고데기로 머리를 예쁘게 올리고
부끄러움과 우쭐이는 마음 반반씩을 가지고 교회로 향햔다.
목사님 사택 뒤쪽에서 순서를 기다리며
마음 조렸던 기억,
그 추운 날씨에 무대의상(?)을 입고도
긴장을 한 탓인지 추운줄도 몰랐었다.
예쁘게 무용을 하고 내려와서는
잘 했다는 선생님 말씀을 듣고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렇게 크리스마스 이브에 밤은 깊어가고
교회 바닥에서 방석을 깔고
새우잠을 잔 뒤에
'새벽송' '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동네 집집마다 하며 대문앞에서 예수님 탄생을 알린다.
그렇게 새벽을 하얗게 밝히고는 집으로 돌아와
잠시 잠을 자고는
점심에는
우리의 최대 관심사인 교회에서 선물을 주는 시간.
평소에 교회에 가지 않던 아이들도 이 날만은
친구들을 따라 교회에 가서 선물을 받고는 서로 자랑하며
기뻐하던 기억,
그 때는 변변한 사무용품도, 변변한 놀이감도 없었던 때인지라
그 작은 선물이 그렇게도 좋았는지 모른다.
지금에 아이들에게 그런 선물을 주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참 설레였던 어린시절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여운은 몇날을 간것 같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도
고데기로 틀어올린 머리가 풀어질까봐
제대로 잠도 이루지 못하고는
물을 뭋혀서 머리손질을 하고
다음날도 밖에 나가 내 예쁜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우쭐대며 친구들에게 자랑했던 기억도 있다.
철이 없었다고 하기보다는 순수했던 어린시절,
그림 같았던 일상들이 무척이나 행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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