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작년 요맘때 쯤 이었든지 좀 이른 시기였을까?
봄 마중을 하겠다고 산수유 마을을 찾아갔었다.
봄이 올 기미만 보이면 어김없이 도지는 근질근질한 내 맘은
이곳저곳 기웃거려야만 제대로 봄을 맞이하는 것이라는
나름의 기준 아닌 기준을 만들어 왔었는지도 모르겠다.
봄바람이 난다든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봄을 그저 그냥 보내버리게 될까싶은
조바심이 그렇게 헤매게 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반백이 넘어가는 나이가 되어서야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생겼고 주위를 둘러볼 여유를 가져본다.
바쁘게 살아오지도 않았고 힘겹게 살아 온 것도
아니지만, 그저 뭔가 허전하고 차지 않는 것 같으며
숭숭 난 구멍들 사이로 지나는 바람을 붙잡을 수 없다는 것에
허망 없이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가 나늘 누르던
여러 해의 봄들.
사실, 숭숭 난 구멍들 사이로 지나는 바람이 내 삶에
통풍구이고 자유로움이었음을 이제야 알아가는 나는
무엇이든 혼자서 곰곰 생각하고 더디게 터득하고 익히는
아직도 느리디 느린 덜 자란 어른이다.
봄꽃 구경이 시들해질 저녁 무렵,
바위에 앉아 반짝이는 물빛을 보며
느긋한 해질녁을 만끽한다.
그 때 옆구리에 새숫대야(?)를 끼고 나타나신 동네 아주머니는
분주히 산수유 핀 계곡을 지나고 계셨다.
아마도 건너편에 있는 자그마한 밭에서 먹거리를
뜯어 늦지않게 저녁 준비를 하시려는 것이라 짐작하면서
카메라를 들이댔으나, 그 아주머니의 급한 마음을 담기보다는
봄맞이 하러 가는 아낙의 모습을 그리며
저녁 빛을 받은 산수유를 화사하게 찍어 넣고 있었다.
아직도 덜 자란 어른인 나는 그랬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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