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말하기

<글로 쓰는 사진이야기> 그가 본다.-by 이재현

phototherapist 2018. 3. 1. 23:08

그가 본다.

웃는다.

 

 숙소를 새벽에 나선다.

조심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사부작거리며 이리저리 왔다 갔다 불을 켜고 움직이는 나 때문에

그녀는 잠을 설친다. 내가 나가고 그녀는 제대로 잠을 이루기나 했을까?싶다.

 둔중한 나무로 된 현관문을 빼꼼이 열고 나오니 바람이 상쾌하다.

나뭇잎은 바람에 살그락 소리를 내고 하늘엔 별이 총총하다.

카메라를 꺼내들고 사진을 찍겠다고 돌담 난간에 카메라를 기대어 놓고 셔터를 누른다.

그 별은 눈에 아른거리며 이십여시간 넘게 이동하여 떠나온 여행객을 반긴다.

눈을 들어 하늘을 봤을 뿐인데 하늘엔 수많은 보석이 반짝이고 그 보석은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다.

멀지 않은 길을 걸어 로비에 도착하니 일행이 나와있다.

 가이드와 함께 출발이다.

칠흙같은 어둠 속 별들은 여전히 총총하고 부지런한 동물들이 하나 둘 기지게를 켜며 움직인다.

그 광경이 신기해 두리번 거리며 별이야기와 별 사진을 찍을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한다.

그렇게 얼마를 달리는 동안 세렝게티의 여명이 밝아온다.

꿈꿔왔던 광경이다.

 

가보지 않은 세렝게티를 찍었다.

나무 한 그루있는 얕으막한 언덕이나 평지를 보게되면 가보지도 못한 세렝게티를 운운하며.

그림으로만 봤던 그 곳에 내가 서 있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 어쩌면 간절함보다는 그리워하면 만나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느날부터인가 막연히 그리웠다.

그리고 가자는 말을 들었을 때 거침없이 나섰다.

내 마음 한 구석에서 그 날을 기다렸다고 믿는다. 기다림이 빠른 대답을 하게했다.

한시간을 넘게 달렸을까? 트럭이 서 있고 하나 둘 트럭이 모여들고 벌룬을 띄울 준비를 한다.

여름이나 겨울을 방불케하는 날씨임에도 그들은 조용히 무리지어 움직이며 길다랗게 벌룬을

늘어놓고 안전교육을 시킨다.

 준비하고 있는 그를 찍는다.

그가 웃는다.

그도 아침잠을 설치고  더 일찍 서둘러 장비를 챙겨 나섰을 것이다.

매일 매일 나서는 길이라 익숙했을 것이고 아침밥은 차에서 대충 해결했거나 아직 공복일 수도 있다.

한 타임 태워 보내고 식사를 하려고 도시락을 준비해 왔을지도 모른다.

그 도시락이 아직 온기가 있을 때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랄까.

수줍은 듯, 어색한 듯 그가 웃는다.

일찍 일어나 나온 그가 수입이 있어서 들어갈 때 든든한 맘이었음 좋을걸 한다.

 

설렘이다. 높이 올라 내려다 보는 광경은 얼마나 장관을 이룰까를 생각하니 기대로 가득하다.

한참을 머물러 기다린다. 연인과 신혼여행을 온 사람과 중년의 부부와 각지에서 떠나온 사람들이

좀 더 높이 올라 내려다 볼 기대로 가득한데 바람은 허락치 않는다.

서서히 해가 올라오고 일정을 취소할 수 밖에 없겠다는 답을 듣는다.

돌아서 오는 길에 그들는 벌룬을 돌돌말아 걷어들인다.

우리는 그렇게 떠났듯이 아무렇지 않게 그 곳을 떠나온다.

세렝게티 평원에서 아침해가 뜨는 것을 봤고 그 곳에 있었음을 기억하려하면서.

돌아와 생각하니 그 붉으스레한 일출의 빛과 이리저리 오고가는 사람들,

꼬옥 포옹하고 기다리던 연인이 있었고 그가 바라보며 웃었다.

세렝게티의 어느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