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말하기

장다리 꽃,

phototherapist 2014. 4. 22. 00:15

   장다리꽃 ,

 연보라빛 꽃이 달린 고동을 톡! 부러트려 껍질을 벗겨 먹으면

조금은 알싸한 맛의 장다리꽃 .

사람들은 놀라며 그 꽃의 고동을 먹느냐고 반문하지만

먹어 본 그 맛을 기억하는 나는 

남에 집 텃밭에 피어 있는 장다리꽃을 보아도

어릴 적 서리를 했던 도벽(?)이 도지며

어김없이 눈치를 살피고는

톡! 부러트리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무나 배추는 먹을 만큼 자라면 뽑아서 김치를 담거나

땅을 깊게 파고는 볏단을 사이사이 넣어 바람이 들지 않게 땅을 다독여 묻어 두었다가

겨우내 하나씩 꺼내 반찬을 하기도 하고 국을 끓여 먹기도 했다.

아버지를 따라 무를 하나 꺼내보겠다고 나섰다가

깊숙이 묻어 둔 무가 손에 닿지 않아 점점 고개는 비뚤어지며 얼굴에 흙이 묻어났고

 키가 더 훌쩍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던 시절.

그런 장다리 꽃은 시골에서는 아마도 씨를 받으려고 일부러

꽃이 피기를 기다렸던 모양이다.

 야리야리한 연 보랏빛 꽃을

 이쁘다며 바라보고 또 바라봤던 나는

꽃을 피우고는 뿌리는 썩거나 바람이 들어

제 생을  다한다는 사실을 시간이 흐른 후에야 

알게 되었다. 

장다리꽃은 엄마다.

전화기를 통해 들리는 목소리는  언제나 아프지 않게 조심해라.

차를 몰고 다니는 것도 되도록 줄이고

비행기나 배를 타지도 말아라.

먹을 거는 잘 먹느냐.

너무 힘들게 돌아다니지 말라는 당부에 당부의 말들만

하고 또 하지만

장다리 꽃처럼 당신을 오롯이 내어 주신 엄마의 잔소리는

어찌 그리 보드랍고 사랑스럽게 들리는지.

...............

장다리꽃은 엄마 닮았다.

장다리 꽃은 엄마다.

 

 

 

장다리꽃이 우리집 베란다에 피었다.

엄마가 싸 주신 무가 꽃대를 피우고 내가 모르는 사이 베란다 구석에서 꽃을 피운 것이다.

무를  화병에 담고 꽃대가 상할까 조심스럽다.

'사진으로 말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록에 빠지다.  (0) 2014.04.25
하늘을 달리는 기린.  (0) 2014.04.25
제일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거든.  (0) 2014.04.18
내려다 봐~ 내 모습이 보일거야.  (0) 2014.04.18
목마와 등대  (0) 2014.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