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말하기

바람난 아내

phototherapist 2017. 9. 4. 01:00

    숲 속도 아닌 곳에 어설픈 도심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프레임 속에 나타난 빨강들!

이 둘은 다르다.

들 뜬 빨강과 분노와 좌절의 빨강이다.

커플복으로 함께 샀을 옷들이 제각각이다.

남편의 거친 숨소리는 어디론가 떠나고 있다.

화면뒤에서 춤을 추는 여자가 아내일 거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 

바람난 아내라는 타이틀에서 보듯이

시선은 남자, 남편의 눈으로 바라본 것이다.

상상하라.

지금 사진을 보고 있는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이 사진을 보고 나를 말한 것이다.

아니 그가 나의 사진을 보고 그를 말한 것이 정확할 것이다.

그가 본 그, 그가 느낀 사진 속 남녀는 그렇다.

 

어설픈 도심의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시작한다.

숲도 도심도 아닌것이다.

어설프다는 것은 미완성이다. 시작이 있을 뿐, 완성은 없다.

 

완성이란 어떤 완성을 말하며 누구에게 완성인가?

그것 또한 모호하다. 누구는 그쯤이면 완성된 것이고

누구는 끊임없이 완성을 향해 무던히 갈구하며 찾아가는 것이기도하다.

 

빨강은 때론 활기와 활력,따듯함과 열정, 에너지원으로 작동하기도하고 적의와 분노와 화를 표현하기도 한다.

색을 받아들이는 정도와 그 때의 감정에 따라 다르고 같은 색이라도

농도나 채도등에 따라 흡수하는 정도가 완연한 차이를 보인다.

 

내 사진을 보고 나를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아니다.

 

타자가 나의 사진에서 나를 얘기했다고 하기에는 그도 이 얘기에 자유롭지 않다.

어쩌면 사진으로 본  빨강은 그가 보는 세계일 수 있다.

 

여자는 빨강치마를 나풀거리며 무리와 동등한 위치에서 경쾌한 걸음으로 걷고있다.

그녀의 걸음은 바람을 담아 경쾌하다.

바람은 머물지 않는다.

변화를 요구하고 시도한다.

바람은 나무를 흔들기도, 파도의 높낮이를 바꿔놓을 수도 있으며 싱그러운 꽃내음을 실어 나를 수 있다.

바람은 구름을 실은 비를 몰고 오기도하고 화초를 생기있게 만들기도 한다.

 

형태나 형체는 없어도 분명히 존재하며 흐른다.

 잡히지 않지만 느낄 수 있다.

어느 날' 느낌'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모호한지에 대해 얘기하게 되었다.

그 느낌이라는 것이 도대체 잡히지않는 것이지만

 우리는 그동안의 경험등을 바탕으로 내부 정보를 통합하여 느낌이라는 것을 채득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느낌이 얼마나 주관적인지.

 

바람도 그렇다.

없는 듯 느낄 수 있다.

없는 듯 영향을 미친다.

바람은 흐름이고 변화다. 유연하게 흐르며 변화를 주는 바람을 담고싶다.

그럴 수 있으면 한다.

그런 바람을 갖고 그런 바람을 바란다.

 

사진에서 여자와 남자의 시선은 다르다.

상반의 방향을 향한 그들의 시선은 불일치와 각자 다른 바람을 담은 것일 수 있다.

남과 여의 갈등은 태초의 것이다.

다만 같아지려하고 서로를 알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이며

닮아가며 존중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겪어내는 것이다.

남여는 어쩌면 그렇게라도 연결되어 있음을 안도하기 위해 같은 색을 선택했을 수 있다.

무언의 연결끈을 붙잡고 완성을 위한 길을 걸어가자는 다짐을 표현하는 것이다.

사람이 매 초, 매 시간 변하지 않고 한결 같을 수 있을까?

자신할 수 없다.

변한다. 흘러간다. 사람조차도.

 

그들은 평생 다른 빨강으로 살아갈 수 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고 가지고 있는 작은 습관으로도 끈임없이 부딪칠 수 있다.

다름이다. 그녀와 그는 다른 것이다.

빨강이 같은 빨강이 아니듯, 같은 빨강도 다르게 받아들여야 하는 다름.

 

우리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들어주길 원한다.

이야기는 삶의 의미를 구성하며 끝없이 나를 표현하고 타자와의 연결고리를 만든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정보를 받아들이기보다도 밑바닥을 흐르는 개인의 욕망을 표현하고자 하고 이야기하고 듣고자 한다.

그것이 어떤 형태가 되어 나오느냐는 개인마다 다르다.

비과학적인 상상과 생각이 이야기가 되어 감성으올 전환되길 원한다.

그것에 사진은 너무나 좋은 역할을 한다.

지금 사진 하나로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만 봐도.

사진을 보며 그런 이야기를 하고 관심을 갖고 내 사진을 바라봤다는 것은

이야기를 하는 동안 나를 봐 준 것이다.

관심 갖고 바라봐 준 것이다, 그것에 감사하다.

더불어 다시 생각할 시간이 된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