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말하기

한옥, 그 단순함 속에 숨겨진 멋스러움에 대하여.

phototherapist 2017. 9. 4. 11:08

 

한옥은 지혜다.

제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사물을 꼼꼼히 바라보고 상황을 제대로 깨닫고 그것에 대처할 방도를 생각해서 거기에 합당하고 자연스러운 답을 찾는 것이다.

거기에서부터 출발이 한옥이다.

선조들이 살아가면서 기후와 풍토 재료를 효용있게 쓰고 거기에 멋스러움을 양념으로 뿌려 완성도를 높여 놓은 한옥은

치마끝처럼 치켜 올라가 곡선을 그리는 처마와 단청으로 장식한 화사함이 과하지 않다.

그 끝에 풍경을 달아 청량한 소리까지 덤으로 듣게 만드는 작은 배려는 풍류를 즐길 줄 아는 여유에서 기인한다.

지붕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이 안으로 치고 들어오지 않게 하고 마루에 앉아 듣는 낙수물 소리는 향기로 다가온다.

노곤한 몸을 방바닥에 뉘이면 세상 부러울 것 없는 따뜻한 온기가 온 몸을 타고 흐르며 온갖 시름을 잊게 만드는 것이다.

햇살은 또 어떤가? 창문으로 스며드는 햇살은 소프트박스를 한 겹 입힌 듯 부드럽고 온화하다.

창문을 열여 젖히면 창밖으로 한 눈에 들어오는 자연이 반긴다. 자연은 한 뼘 창문밖에 있다.

그런 자연은 우리에게 가장 큰 위안을 주며 복잡한 생각을 단순하게 만들고 사소한 걱정을 잠재우게한다.

 

 

 한옥은 여유다.

선은 급하지도 모나지도 않은 느긋함으로 흐른다.

많은 것을 말하지 않는다. 적게 말하고 많은 것을 품는다.

작게 가지고 많은 것을 공유한다.

무엇이든 품을 수 있게 공간을 나누고 여백을 둔다.

그리고....자연과 하나처럼 어우러진다.

 

           

 

  한옥은 훔쳐보기다.

문풍지를 살살 문질러 신방을 노골적으로 훔쳐보게 허락한 것이다.

얼마나 사랑스런운가?. 물리적인 힘을 가하는 것도 아니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침을 살살 문지르면 훔쳐보기가 가능한 문이라니.

그 문을 열면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훔쳐보기와 밖에서 안을 들여다 보는 훔쳐보기가 가능하다.

훔쳐보기는 무엇에 몰입하다 눈 한 번 돌리고, 고개 한 번 들어 바라볼 수 있는 휴식을 안겨주기도 한다.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고 분리하는 문을 달아 존중하되 문 사이 사이 틈은 숭숭하니 묵시의 훔쳐보기를 통한 작은 즐거움 또한 놓치고 싶지 않음이다.

나무 문틈 사이로 바라봄을 허락하고 기꺼이 바라보기를 예견한 것이다.

 

                                                          

한옥은 관계맺음이다.

독립적인 모양새를 갖춘 듯 하지만 연결통로가 수 없이 많다.

조금만 물러서서 바라보면 지붕까지 보이는 높지 않은 구조와 간혹 지나다 담장너머로 고개 내밀어 눈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정도의 높이니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자연과 어우러져 있어야 더 돋보이는 자리에 집터를 잡고 누구라도 찾아올 수 있게 문을 열어 놓고 맞아들임을 허용한다.

폐쇄적인 듯 하나 온전한 개방을 꿈꾸는 선조들은, 관계맺음도 그러하길 원했을 것이라 믿는다.

 

 

 

 

 

한옥은 배려와 끌어안음이다.

담장은 또 어떤가?.

단순히 밖에 지나는 사람과 안에 있는 사람을 구분하는 것일뿐이고 안에서 생활하는 것을 보는 것이 불편할 수 있는

밖을 지나는 사람에 대한 배려다. 나를 위한 공간 개념보다 타인을 배려하는 공간개념이 더 큰 것이다.

발 뒤꿈치 살짝 들어 바라보는 수고로움은 사사로운 재미도 안겨준다.

많이 담아서 더 이상 담아 낼 '공간 없음'이 아닌 끌어안을 충분한 자리를 확보한 것이다.

그래서 담장밑 정원에는 요란하지 않은 소박한 꽃들과 과실나무 몇 그루가 있을 뿐이다.

 

 

 

 

 

한옥은 자연이다.

마당을 가로질러 낮은 담장을 지나 눈에 들어오는 넓고도 풍부한 자연까지 우리네 선조들은 정원이라 부른다.

그 자연을 가까이하며 자연에서 배우는 무한한 가능성과 색감의 변화와 신비로움을 자연처럼 자연스럽게 닮아가는 것이다. 

강압적이지 않은 저절로 알아가는 삶을 말하는 것이다.

 

한옥은 단순함 속에 온 갖 멋스러움을 담고 있다.

그 멋스러움조차 뽐내지 않는 멋, 그것이 한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