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말하기

담장에 기댄다는 건-by 이재현

phototherapist 2018. 12. 10. 11:24


일정한 범위나 한계를 그어 집의 둘레 공간 막기 위하여 , 따위 쌓아 올린 것을 담장이라 한다.

그들의 담장은 특별했다.

깔깔거리며 호기심에 찬 그들은 한결같이 담장에 기대어 있었다.

그곳에서 특별함을 본다.



동경이다.

머릿수건 질끈 고쳐 묶고 마음 다잡으며 바깥세상을 동경한다.

넓은 곳으로 나가 꿈을 펼치고 싶은지 모른다.

포근함이다.

기댈 수 있어서 좋다.

엄마가 잠시 일하는 사이 담벼락에 기대어 있는 시간이 좋다.

다소 딱딱하지만 햇볕 받아 달구어진 담벼락은 엄마처럼 따뜻함을 오래도록 나누어준다.

경계와 경계다.

담장을 사이로 나누어지는 경계를 긋고

타인의 기습이나 예상치 못한 행동, 침입에 대비한 조심스런 몸짓이다.

그것으로 부족한 그녀는, 

카멜레온처럼 보호색을 입었다.

주의 기울이기다.

이런 곳은 이런 것이야~~.

라고 말하기도 하고 이 정도의 거리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주의를 주는 것이다.

어릴적 부터 알아내는 관계의 거리도 담장을 통해 배우는 것일 수 있다.

담장을 두루 쳐 놓고 문이라는 왕래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정도를 두고 터치하고

간섭하며 상대 또한 보호하라는 것이다.

호기심이다.

무엇이 있는가?

무엇이 보이는가?

담장으로 가리고 쉽게 볼 수 없게 해 놓은 것은, 일상적으로 보이는 것들이 신기하게 보이게 하기 위함이다.

눈 뜨면 보이고, 보이는 것에는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는 것에 대한 경고인 것이다. 

꽉 막히지 않게 하여 답답함을 덜고 고개 내밀어 수고로움을 더해야 볼 수 있으며

세상을 호기심에 차, 소중하게 바라볼 줄 알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은닉이다.

보이지 않을 줄 안다.

그러나 궁금증은 눈을 빼꼼히 노출시킨다.

조금만 낮추면 몸을 가릴 수 있다.

쑥스러움을 감추고 간혹 생리적인 현상을 해결할 때 방법 중 하나로 선택되기도 했다.

나를 가리고 상대를 바라보는 은닉은 짜릿한 쾌감을 주고 나를 보호하는 안정감을 준다.


쉼....사색. 그리고 상상이다.

꼬마 아가씨는 즐거운 상상 중이다.

오늘은 어떤 맛있는 것을 먹을까?

무슨 놀이를 할까?

어떤 옷을 입을까?

누가 찾아올까?

무엇이 되어볼까?

어디로 가 볼까?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세상을 넘나드는 놀이터다.

이쪽과 저쪽.

여기와 저기를 넘나들며 논다.

담장 하나를 넘으면 도로가 나오고 말이 이끄는 수레가 지나고 자전거와 오토바이와 아낙과 어르신이 지난다.

닭과 강아지가 지나고 낯 선 자동차도 간간히 지나다닌다.

다른 세상과 만나는 것이다.

담장 안 쪽은 벽돌공장으로 줄줄이 서 있는 벽돌과 흙이 놀이터가 되고 마을 담장을 넘으면

다른 세상과 조우한다.

그들은 하루에 열두 번씩 다양한 세상을 구경하며 보낸다.

구경 중에 친구가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