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수염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수염에 포커스를 맞춘다.
수염=도사=경지에 이른.
그를 도사라 부른다.
차 도사,
마을입구 회관에서 그를 만났다.
그가 이끄는데로 따라 나선다.
말을 하지 말고 가잔다.
비탈진 밭길을 지나니 금새 숲으로 들어선다.
숲은 가을천지다.
울긋한 숲길에 꽃망울을 매단 야생차나무가 지천이다.
깊게 호흡하고서야 꽃의 향기를 허락한다.
그는 공생하는 숲을 보라고 한다.
풀과 나무가 해를 다하여 거름이 되고 거름은 또 다른 생명을 이어가게 한다.
튼실한 상수리가 바닥을 뒹굴고 그렇게 차 밭은 이어진다.
누가,언제 심었는지 일행중 하나가 묻는다.
긴 시간을 거슬러 백제시대에 심어놓은(?,)발견한(?) 것이란다.
물소리가 들리고 사람의 흔적이란 없을 것 같은 곳에 그의 놀이터가 있다.
밭을 일구다 나오는 돌로 제단처럼 빙 둘러 쌓은 곳에 불을 지펴 물을 끓일 수 있고
그 위 텃밭은 내년 봄, 생명의 잉태를 위해 반질하게 손질되어 있다.
밭 중턱에 골라낸 돌로 만든 탑 또한 그 밭을 특별하게 한다.
놀이터에는 그늘이 되어줄 나무 한 그루가 있고
춥지 않을 때 기거하는 움막 같은 숙소가 있다.
나무 아래는 차 도사의 감각이 돋보이는 파란색 테이블 위에 맹감열매가
운치를 더한다.
세월의 풍파를 그대로 견뎌 낸 결 깊은 나무 테이블이 오늘 차를 마실 탁자다.
탁자 옆 평상에 방석과 주위로 빙 둘러 앉을 의자 몇 개도 놓여있다.
그것이 다다.
찻잔에 뜨거운 물이 담겨 향 깊은 차가 만들어지고 따가운 가을 햇살을 마주하고
느긋하게 앉아 차를 마신다.
인적이라야 언덕 위에 도리깨로 콩을 터는 부자가 보인다.
산 속 알을 품은 형상이라는 지형에 앉은 산 중 놀이터에서 그렇게 차를 마신다.
그는 조용히 걸으라는 주문을 하였으나 일행의 시끄러움에 별 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말은 하였으되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조용하게 자분자분 차와 생태계와 자신의 삶을 말한다.
그리고 호방하게 웃는다.
돌고 돌아 고향인 이 곳에 왔노라고 말한다.
그의 안식처인 이 곳 놀이터에서 어떤 놀이를 하는지 묻는다.
차를 마시고 돌을 골라내고 별을 본단다.
그것이 다다.
어떤 규정에 규칙과 시간에 매이는 삶에서 벗어났으면 한단다.
그가 지향하는 삶이다.
그가 말하는 '신의 나무'가 있는 곳으로 간다.
'놀개'에서 몇 걸음 오르지 않은 곳에 물이 고인 작은 늪이 있고
단풍나무 숲은 그지없이 여유롭다.
등을 가만히 기대어 본다.
딱딱한 나무가 내 몸의 선을 따라 자신을 짜 맞춤해 주는 느낌을 받는다.
받아주는 것이다.
자신이 받아주기보다 타인이 받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한 없이 지녀오고
많이도 바라 왔다면, 크지 않은 나무 한 그루가 주는 위안을 몸으로 느낀다.
그의 놀이터는 놀기에 안성맞춤이다.
인적 드문 계곡에 나무와 여러모양 돌맹이와 바람과 구름과 별이 친구가 된다.
서로 안아주고 받아주고 보듬어주는 놀이터에서 그는 한 없이
오래도록 놀아도 질리지 않겠다.
'차 도사'가 있는 놀개 놀이터가 있는 순창은 어떤 여행보다 오래 머물고 싶었던 곳으로 기억된다.
별난사람으로 보이는 자연을 닮은 '차 도사'가 있어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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