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말하기

필립 퍼거스 philip perkis,그를 본다.-by 이재현

phototherapist 2019. 2. 8. 23:04

그의 사진을 본다.

본다는 말에 그가 반문할 지 모른다.

무엇을 보았느냐? 진정 보았느냐고.


2007년 그는 한 쪽 눈을 실명했다.

그 뒤로도 보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사진을 선택하고 관찰하고 편집하고 주제를 파악하고 배치하고

시험 인화를 벽에 붙이고 들여다보며 연상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며

사물을 파악하는....그는 여전히 건재하다.


'사진은 답이 없는 수수께끼 같아요.'

사물들을 모아놓고 그것들이 무엇처럼 보이는지 바라보는 거지요.

또 세상을 보면서 그 안의 형태,모양, 톤, 감정, 느낌과 표현,

그리고 사람들 사이의 게임을 바라보면서 끝없이 발견하는 매혹이지요'라고 말하며.


그는 또,

내 안을 들여다보기 위해 바깥을 바라보는 거라며 심리적, 정신적인 공명에 대해 말한다.



 그의 사진은 직접적이지 않으나 지나치게 직접적이다.

때론 멀찍이서 바라보는 관망자처럼 서 있다가도 가까이에 훅 들어가 사진 속 그들과 나란히 있다.

꾸미지 않고 꾸미려하지 않는다.


흔히 그 곳에 가면, 나름에 공식을 세우고 가장 적합할 것 같은 장면을 사진으로 담고자 하는데,

그는 멕시코를 찍으며

멕시코의 지독한 가난을 찍지 않으며,

여행자로서 비판적 시선을 담지 않으며,

원주민들의 이국적인 모습을 찍지 않을 것을 스스로 지키려는 원칙을 세웠다 한다.

가장 자극적이고 극적이며 쉬운 장면이 될 수 있는 멕시코의 단편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이슈화하거나 주목받을 수 있는 조건을 버린것이다.

그것이 다가 아니며 자연스러운 그들의 모습과 풍경을 담고자 한 그의 솔직 담백함과

치우치지 않을, 심지 곧은 면모를 볼 수 있는 구절이다.


그의 사진과 글에 그가 보인다.

차분하고 냉철하며 열려있는 사람이다.

너그럽고 부드러우며 솔직하고 간결하며 날카로운 면모 또한 갖춘 사람이다.

큰 소리로 말하지 않으며 잘난 체 하지 않고 아주 협소한 범주 안, 극단적으로 제한된 조건을 만들어 스스로 작업하지만

변화와 다양함을 수용할 줄 알고 상대의 실수조차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시켜 안심시키는 유연성 또한 지녔다.

큰 것을 쫒다보면 소중함을 놓칠 수 있다는 진리 또한 아는 현명함까지.

사진은 그다.

그가 보고자하는데로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담긴것이다.



안목의 그녀 박태희는 어떤가?

생각의 갈래가 잘 맞는 스승과 제자임을 적시에 알아 볼 줄 아는 안목이 있다.

진솔하고 차분하며 부드럽고 조용하지만 날카로운 그녀는,

소녀같은 순수함과 친구같은 편안함,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 또한 가졌다.

둘은 닮은 꼴이다.

진부하지 않으며 요란하지 않은 절제와 따스함까지 닮은.




류가헌 갤러리의 2층 창 밖으로 지나는 차들이 보인다.

한옥의 아담함과 고즈넉함에 반했었다면,

커피 한 잔 놓고 창가 테이블에 앉아 필립퍼거스의 사진집과 글을 읽으며

그의 세계로 따라 들어가기에 안성맞춤이다.


사진을 보고 작가를 보고

작가를 그 작가답게 보여주고자 한, 안목을 보고

그들을 알아 보는 류가헌을 본다.


보고 보고 또 보고 온

필립 퍼거스의 멕시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