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아이와 함께 간
시골 친정집엔 오두커니 어머니 혼자만이 계신다.
김치며 이것 저것 줄게 많으신지, 몇일전부터 왔다 가라신다.
당신이 뭔가 줄게 없으면 오라시질 않고 뭔가 줄게 있으면 신이 나서
자식에게 주고 싶어서 하신다.
차가 도착하자 문밖에서 기다리고 계시는 어머니를 본다.
언제 도착할지도 모르는 딸을 마냥 기다리신 모양이다.
당신말로는 한 12시쯤이나 도착할줄 알았다면서도
당신딸이 도착한 시간은 11시.
한 시간을 족히 서서 기다리실 모양이었던 것이다.
힘겹게 살아오신 어머니는 힘겨웠던 만큼이나 몸이 그 세월을 말해주고 있다.
이젠 조금만 걸어도 허리가 아파서, 아파도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으시고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봐 노심초사 하시는 분의 입에서도
이젠 힘에 겨워서 걷기도 힘들단다.
당신이 움직일 수 있는 동안까지는 자식들 신세를 지지 않으시겠다는
고집과 의지는 어느 누구도 당 할 수가 없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깔끔한 성격을 가지신 어머니.
당신에 앞으로의 삶이 더 이상은 고달프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졌었는데,
이젠 몸이 당신을 편안하게 놓아 두질 않으니..
자식으로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내 어머니를 닮은 소박하고 강인한 국화들이
햇살 따스한 늦가을 마당에 여러색으로 만발하였다.
식탁에 꽂을 한 두 송이만 가져 가져가겠다는 내게 많이 꺽어가라신다.
봉우리를 머금은 꽃들이 많으니 더 꺽어가란다.
욕심껏 이색도, 저것도를 연발하시는데,
이만 됐다고 그만 가져 가겠다고..
집에 돌아와 작은 항아리에 국화를 담았다.
계절이 바뀌는 것도 모르고 지나치던 것을
가을이 이제야 실감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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