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서 아름다운 일상

첫눈

phototherapist 2005. 12. 4. 09:31

처음이라는 것은  설레임이었다.

 

 

독서실에서 돌아오던

딸아이가

첫눈 소식을 가져왔다.

흥분해서 떠드는(다들 자고 있는 시각에) 딸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흠뻑젖은 모습으로 친구들과  눈을 맞으며 놀고 왔다는

딸아이에 격앙된 목소리,

새삼 내 어릴적이 생각난다.

 

 밤새 첫눈이 내린 날 아침이면

아버지는 첫눈이 왔다고

'일어나서 구경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깨우셨다.

마당에 눈을 치우고

집앞 길을 치우는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모아놓은 눈으로 눈사람을 만들기도 하고

얼음산(뽀족하게 만들어 두발로 미끄럼을 타던)을

만들기도 하고

내리막길을 미끄럼틀로 만들고는 신나게 타고 놀았던 기억,

미끄럼을 타고 놀다가 그것도 지치면

친구들과 눈싸움을 하고,

미끄럼 타던 길에 눈을 살짝 흩뿌려 놓고는

숨어서, 누가 지나가다 넘어지지 않나?를 지켜 보던 재미.

내 딸아이가 이렇게 좋아하는 나이에

내 어릴적도 그랬었다는 아련한 기억을 더듬어 보게 된다.

처음이라는 것은 설레임이었다.

 

.

첫사랑처럼.

처음이라는 것은 설레임이었다

콩닥거리는 작은 가슴은

무언가 떠들고 싶고 말하고 싶은 것을 말 할 수 없어

얼굴 빨개지게 씨~익 어설픈 웃음을 웃게 되는 설레임.

그저 한 번 부딫치게 되면

볼 수 있었다는 셀레임으로 여러날을 보내게 되는

처음이라는 것은 설레임이었다.

 

처음이라는 것에 설레임이 없어져 버린 지금.

새벽녁에 짓눈깨비와 함께 찾아온 반가운 친구(적어도 딸아이에겐).

이제 첫눈이 와도  설레임보다는

절기가 변하면

당연히 찾아 와야 할 손님이 찾아오지 않아 기다려지는 정도에 설레임이

되어버린 중년에 나이가 되었다.

처음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고

처음이라는 것에 기다림을 두고

처음이라는 것에 기대를 하게 되는,

그리고 처음이라는 것에 아직도 설레임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다.

처음이라는 것은 설레임이었다.

 

 

 

첫눈을 남편에게 보여주고 싶어 사진으로 담는다.

내 발자국도 함께.

아파트 옆 첫눈 온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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