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흐드러진 상수동 카페거리를 혼자 걸었다.
벽에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불러 세운다.
불러 세울 때는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것이니 귀 기울여 들어주기로 한다.
감정이 일렁이거나 시선이 의미 있는 것으로 작동을 하면 그때야 우리는 관심이라는 것을 갖게 된다.
한참을 그의 그림자와 놀아준다.
충분히 들었으니 이제 떠나려 한다.
길을 걷는다.
혼자라는 것은, 갑자기 변덕이 나서 가던 길을 돌아서거나
지나쳤던 카페가 눈에 밟혀 다시 가 보고 싶어지면 그 즉시 몸을 움직여 방향을 틀어도 되고
누구에게 의견을 물어볼 것 없고, 양해를 구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
누구와 보폭을 맞추고자 신경 쓰지 않아도 좋고 때론 느리게 걷다가도 빠른 음악이 흐르면 몸을 흔들며 빠르게 걸을 수 있어서 좋다.
눈 마주친 사람에게 미소를 보내도 되고 길가에 낮은 풀과 인사를 나누고 싶을 때 망설이지 않아도 된다.
지나다가 눈길 가는 곳이 있으면 들어가 앉아 쉬면 되고
오래 머물고 싶은 곳에서는 눈치 줄 때까지 앉아 있을 수 있어서 좋다.
지나치게 사람들이 많지 않고 같은 곳을 몇 바퀴를 돌아도 눈 길 주지 않아서 좋은 상수동 카페 골목에는
소박하지만 여유와 감각적인 카페들이 늘어서 있고 옛 것과 젊은 세대의 기호 또한 저버리지 않은
조화로운 곳으로 젊은이들로 넘친다.
그렇다고 바글거리는 어느 곳에 비할 바 아닌, 쉼이 있고 여유가 있으며
젊은이들을 힐끗거리며 바라볼 수 있는 곳이어서 좋다.
아기자기한 소품 구경에 심심치 않고 오래된 터줏대감의 지나온 사연을 들을 수 있기도 하다.
상수동 카페거리를 걸었던 기억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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