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것은 소중하지 않다. 소중 하나 소중 한 줄 모른다. 이곳이 그렇다. 결혼해서 줄곧 오갔고 한 번 오면 하루에 두세 번 이 길을 지나다니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저 '좋다~~~'라고 하거나 편안한 기분을 느끼면서 지나치기가 전부였다. 시댁에 가면 보기 때문에 부러 그곳을 찾아갈 이유도 목적도 없다. 몇 십 년이 지난 후에야 그곳을 본다. 지금 생각하면 그 안으로 들어와서 잘 알지 못했을 수도 있고 남들이 사진을 찍겠다고 찾아오기도 하는 곳이라고 하니 호기심도 발동했을 수도 있다. 남들이 보는 눈은 어떤지 그들이 보는 시선으로 보려 했을 수도 있다.
아침을 챙겨 먹고 설거지와 각자 가지고 갈 음식과 푸성귀를 나눠 담는다. 언제나 그 책임은 내 몫이어서 책임을 다하고는 자동차 키를 챙겨 나선다. 식구들이 많이 모인 까닭에 현관에 신발들이 꽉 차있다. 걸리는 데로 찾아 신었더니 삼선 슬리퍼가 내 발에 끼워져 있다. 맨발에 헐렁한 통 바지, 티셔츠 한 장 걸치고 두건을 질끈 맨다. 언제나 어디서나 전투태세에 접어들면 사람이 달라지니 오늘도 그러할 것이고 비 님이 내리니 단단할 것 까진 아니어도 준비 자세를 갖춰야 될 듯하다. 어젯밤부터 비 님은 그만하게 내린다. 쏟아지는 것도 이슬비도 아닌, 정도(?)를 지키는 비 오는 논 둑으로 접어든다. 언제부턴가 못자리를 하려고 물을 잡아놓은 논이 그렇게 이뻐 보일 수가 없다. 바빠지기 전에 휴식이랄까? 여유랄까? 그 공간 좋다. 아직 담지 않고 무언가 담길 것을 기다리는 시간이 설렌다. 질퍽한 논길이다. 비를 맞으며 사진을 찍는 허름한 여자를 보았을 것이다. 하얀 트럭이 한참을 길 초입에 서있다. 그제서야 이분들이 내 차가 나오기를 기다린다는 것을 눈치챈다. 나올 기색이 없어 보였던지 트럭은 전진이다. 중간에 멈춰 선 트럭에서 못 판이 내려진다. 비 오는 날 모내기를 할 모양인지, 내일 할 것을 미리 준비해 내려놓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바빠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후진이다. 좁은 논길 한가운데에서 농부들은 바삐 움직이고 바쁜 그들을 피해 슬금슬금 뒷걸음이다. 바쁜데 사진을 찍으며 놀이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이기도 하고 어디 갔는지 궁금해하지도 않는 가족들이 행여 기다릴까 염려함이다. 이제야 보이기 시작한 풍경을 눈에 콕 담고야 길을 나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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