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만 해도 가을이 오고 있다고 말했었는데
비가 한번 뿌리고 간 지금은 아쉽게도 가을이 가고 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아들을 학교에 태워다 주고 와서 쌩~ 하니 달려간 곳은 세검정을 거쳐
청와대앞
관광 온 사람들을 지나 경복궁 담장을 끼고 삼청동에 들어선다.
이른 시간인데도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든 삼청동 길을 걷는 사람들과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삼청동 길을 지나 성북동길은 단풍이 물들어 더더욱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길상사에도 가을이 가고 있었다.
트럭을 세워놓고 수북히 쌓인 낙엽을 치우고 계시는 분들이 보인다.
스님들 처소로 가는 길목에는 부지런한 스님들의 손길에
어느새 반질반질한 맑은 길이 놓여져 있고
미쳐 손이 닿지 않은 기와에는 낙엽이 꽃처럼 쌓여있다.
가만히 앉아 가을을 보내고 온 날이었다.
떨어져서도 제몸처럼 나무가지에 매달려 있는 단풍잎이 처연하기까지하다.
계단을 따라 오르면 수행정진하시는 곳이 있는.
고목나무에 기대어 있는 빗자루도 낙엽이불을 덥고 있다.
지붕에 수북히 쌓여 있는 낙엽들.
단풍나무에 풍선꽃이 피었다. 우리은행 꽃이 ㅋㅋ.
저 풍선을 놓친 아이(아이겠지?)는 얼마나 안타까워했을까?
가지에 많지 않은 단풍잎들.
뒤뜰에 쌓인 낙엽들이 바스락거린다.
하늘이 맑게.
여기에 가을은 숨어 있다.
많이도.
담장너머 찻집에 사람들.
일본 관광객들이 무리지어 와서는 사진도 찍고.
쉼터에 앉아 얘기도 나누고.
여기 침묵의 그늘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