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서 아름다운 일상

블라디보스톡자유여행(1)-걸으면 비로서 보이는 것들-by 이재현

phototherapist 2018. 7. 10. 19:04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누구랄 것 없이 밖으로 나간다.

정해진 곳 없이 몇 발자국 떼고보니 과일 행상을 하는 사람이 인사를 하는데

익숙한 우리말이다.

반가움에 얘기를 나누다 한국에서 5년 살다 왔고 한국에 또 가고 싶단다.

과일을 몇 개 사고 또 오겠다고 하니 루스키섬에 가려면 택시를 불러준단다.

감사하다며 기다리는데 허름한 택시에 아이 카시트를 조수석에 단 차가 나타난다.

남자는 서둘러 카시트를 떼어 뒤로 휙 넘기고 차를 몰기 시작한다.

번역기를 가동하고 운전하다 중간 중간에 번역기에 고개를 디밀고 말을 한다. 설상가상 한국사람들이 빨리빨리를

연발한다는 것을 안다는 듯 앞 차간거리유지라는 말은 아예 없다는 듯이 자동차 꽁무니에 바짝

차를 데는가 하면 차선도 없는 길을 넘나들며 곡예운전에 가깝다. 다행이라면 카메라가 있는 곳에서는

속도를 늦추는 정도랄까?

보험은 들었든가? 순간 낡은 의자를 움켜쥐며 천천히 가라고 하지만 실실 웃으며 여전히 속도를 내고있다.

공항에서 타고온 기사가 양반이었다고 결론을 낸다.

 

루스키 섬 언덕에 우리를 내려 주더니 셔틀버스를 타면 아쿠아리움에 갈 수 도 있고 바다를 따라 길을 걸어도 된단다.

그와 헤어짐이 이렇게 기쁠수가...

언덕에서 내려다 보는데 아래쪽 해변가가 궁금하다.

내려가 보자며 비포장도로와 숲길을 지나니 캠핑장이 나타나고 몇몇의 아이가 그네를 타고 있다.

아이들이 잠시 바닷가로 간 사이에 그네를 타 보다가 눈치를 몽땅 먹는다.

아이들이 타는 그네였던가보다. 그들 눈에는 철없는 어른이 애들 놀잇감을 빼앗은 꼴이 된 것이다.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동안 보이는 사람이라고는 이 아이들과 청청을 맞춰입고 2살정도의 아들과 온 아빠와 그들을 바라보는 엄마,

그리고 한 가족정도의 사람만 바닷가에 보이고 옆으로 낮은 건물이 들어서는지 건물을 짓다가 비를 피해 앉아있는 공사장 사람들이 전부다.

하염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는 맛이 쏠쏠하다.

거기에 러시아식 빈대떡은 금상첨화. 비오는 날은 빈대떡이지...그것은 우리나라나 러시아나 진리.

 

아이들이 오르내리며 놀다가 그네를 타다가 휴대폰을 만지작 거린다.

어느정도 놀았던 모양으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의 추억을 한 자락 담아 안겠다.

버스를 타고 시내로 접어든다.

느리게 걷기로한다.

느리게 걷는 우릴 시샘했을까. 빗방울이 거세진다.

얇은 비옷을 꺼내 입고 처마밑에 엉거주츰 서 있는 모습이 정겹다.

언제 비를 맞아 봤는지 기억조차 하기 힘든 어른들이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리는 모습이라니.

비를 피해 있는데 그들은 비를 즐긴다.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그들은 도란도란 비 내리는 거리를 베란다에 기대 바라보고 있다.

저런 나이듬을 부러워하며 어디가서 그런 걸 보게 되면 나도 저랬으면...했던 것이 밑바닥에서 올라온다.

졌다. 부러워서.

 

 거리를 걷는다.

우리와 사뭇 다른 계단장식과 가로등과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들이 자유롭다.

더불어 자유롭다.

 

 

 

빨간치마 그녀가 경쾌하다.

노랑벽 건물의 괜찮은(?)사내가 환기를 시켰는지...아님 물이 들이치는 것을 청소했는지 문을 닫는다.

그녀도 그 남자도 이뻐보이는 것은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작정하고 이쁘게 보겠다고 다짐한  이유다.

모든 것이 이쁠 수 밖에 없는 여행.

 킹크랩을 먹겠다는 일렴으로 주마에 예약을 한다.

2시간을 기다리란다.

그 시간에 잠시 산책을 하자며 나섰는데 예약한 곳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황홀하게 물들인 바다를 외면할 수 없었기때문.

바닷가를 거닐다 근처 인도식 식당에서 자리를 잡는다.

작고 앙증맞은 아르바이트아가씨가 애교섞인 주문을 하고 사진을 찍어주니

닫혔던 주머니가 열리는 불상사가 발생한다.ㅋㅋㅋ

 

그녀의 실루엣이 곱다.

그녀는 자신이 이쁘다는 것을 아는 눈치다.

남자는 사진을 찍고 여자는 운동이라는 핑계로 포즈를 취한다.

바다를 배경삼은 그들이 이쁘다.

 

 

 

노인은 낚시대를 이리저리 옮긴다.

청춘은 아랑곳 하지않고 이야기중이다.

또 한 남자는 바다에 흠뻑 빠졌는지 사진찍기에 열중이다.

풍경을 담는다.

걸어서 숙소로 돌아온다.

창밖으로 풍경을 본다. 보고 보고 걷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