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말하기

사진, 셔터를 누르기까지의 시간은 길지 않다-by 이재현

phototherapist 2019. 3. 18. 00:18

인도에서 만난 아침 풍경은 분주함이다.

길 옆 우물가에서 세수와 양치를 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나게 된다.




부산한 그들과 달리 그는 이미 준비 완료다.

길바닥의 물그림자를 보면 청소까지 마친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렇게나 놓인 것 같은 과거의 페인트 통은, 이곳에 오면서 양동이가 되었다.

양동이와 대야는 부지런하고 깔끔한 성격의 주인을 닮아 반듯하게 줄 세워 있다.

벽의 그려진 그림자는 집중할 때 입술을 도톰하게 내미는 그의 습관을 말해주고 빛 받은 안경 알은 신문의 활자의 춤춘다.

연두색 벽으로 스치는 아침 빛이 따스하니 평화롭기까지 하다.



하루를 맞이할 준비를 완벽하게 마친 정갈한 차림과 신문을 보는 그의 진지함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나를 잡아 끄는 그의 뒷모습에서 내 아버지를 본다.

희끗한 머리와 정갈한 모습이 아버지를 떠 올리기에 충분했고 거리조차 환산하기 힘든 먼 곳에서 만난 사람임에도

헤어짐의 아쉬움으로 돌아보게 한다.

나이 먹고 십수 년의 세월이 흘러도 아버지의 부재가 주는 간절한 그리움이다.

부지런한 아버지는 가장 먼저 일어나 물을 데워 놓고 식구들이 따뜻한 물로 세수하기를 바랐고

더위와 추위에 아랑곳 없이 늦은 귀갓길의 자식을 큰 길 앞까지 나와 기다려준다.

돌아오는 자식을 향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지만 안도의 마음은 읽을 수 있었다.

희끗한 머리는 아플 때 아니고는 정갈하게 빗질이 되어있었고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일을 좋아해서

장난감이며 소소한 것을 손수 만들어 건네주곤 했다.

그를 보며 아버지가 그립다.

인도의 골목에서 만난 이 풍경은 별다른 것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별다른 풍경이 되었던 것이다.

그 시간을 선택하는 것은

결코 길지 않다.

찰나를 찍어내는 사진은 그 시간과 공간으로 이동하게 하며

셔터를 누르기까지의 고민은 길지 않다.

어느 순간, 그 때로 데려다 놓아서 그곳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순식간에 아버지와 만나게하는 그 시간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