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야 된다는 강박이 지배할 때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사진이다.
캄보디아의 어느 마을은 풍족함에 압도되고 느긋함에 주눅 들게 한다.
그 마을에 퍼진 전염병은 평온함이다.
그것은 거부할 수없이 위압적이어서 자연스레 그래야 한다고 체념한다.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에워싸며 외부인을 궁금해한다.
가지고 간 캐리어의 바퀴 소리만 비포장길을 '들들'거리고
아이들은 하나같이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보아주고 웃어주는 넘치는 여유가 있다.
풍족함이다.
풍요롭다고 생각했던 것이, 마음에서 기인된 것이 아님을 눈치채지 못하고
이제야 구분을 할 수 있게 된다.
진정한 풍족이라고 믿었던 것 또한, 하잘것없는 것이었다는 것도 더불어 안다.
그들의 풍요 앞에 무엇의 결핍이 마음 한구석을 부글거리게 했는지 깨닫게 되니
그제서야 마음이 잠잠해진다.
가진 것이 많다고 자만했다면 단지 그들보다 몇 가지 물질적인 것을 소유한 것이었고
너그럽게 품어주며 받아주는 마음자리 작아서 마음이 부글거렸던 것이다.
사진은 ,
이렇게 비밀에 귀 기울이게 하고 실마리를 한 올 씩 풀어헤쳐 나를 돌아보게 한다.
그곳에 있을 당시에 느끼는 감정이 명확히 무엇인지 몰랐다면,
사진을 보며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히 알게 되는 것이다.
간단하지도 사소하지도 않은 우연한 관계 맺음이 결핍 또한 채워주는 기도한다.
그걸 깨닫게 해 준 그들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셔터를 누른다.
함 께 한 시간을 공유한 관계가 아니면 쉽사리 느낄 수 없는 끈적임을
기억하겠다는 다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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