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인 듯한 사람과 아이의 재잘거림이 골목 너머에서 들린다.
밤새워 그렸을 그림이 즐비하고 화구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화실 옆 골목이다.
골목에 무언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소리가 알게한다.
소리를 따라 기웃거리게 만들고 발걸음은 이미 골목을 접어든다.
기다린다.
시간이 얼마가 될지 알 수 없으나 무작정 기다려 보기로 한다.
언젠가는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믿으나 시간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함정이다.
사브작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순간, 아이가 지나간다.
아이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예상을 하지 못했음인지 힐끗 고개를 돌리더니 사라진다.
슬리퍼를 발에 걸쳤을 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다.
사진은 그렇다.
현재와 현실, 현상을 찍지만 지나치게 모호한 방식이어서 어떤 신호로 다가올지 알 수 없다.
어른과 아이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목소리로 가능했다.
어떤 모습일지 언제 다가올지 알 지 못하는 것이다.
그 신호를 기가 막히게 알아본다고 해도 그 다음에 사진을 보게 되면, 그때 그 신호와 맞아떨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만큼 주관적인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고 서투르며, 우연히 찍힌 사진과 아름답지 않은 사진도 신호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
무엇이 그것을 선택하게 했는지 그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그 신호가 무엇인지 찾아가 보는 것, 그것이 그를 좀 더 자세히 알게 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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