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 정신없어."
사진을 보여주자 돌아오는 답이다.
구도에 대한 반응으로, 작가라는 사람이 '사진을 왜 저렇게 찍었을까?'이고,
왜 이렇게 밖에 담을 수 없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말하는 것이다.
전경을 본다.
큰 덩치의 남자로 보이는 오른손과 1/3 정도의 몸이 보인다.
그의 자전거는 핸들조차 다 담지 않았다.
양쪽 엄지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입술은 앙당 문 아이가 있다.
오른쪽을 향한 시선이, 우리로 하여금 프레임 밖을 서성이게 한다.
왼쪽에는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고 전봇대에 붙은 종이는 벗겨지고
때 묻은 빈 좌판의 옆 면이 덩그러니 담겼다.
중경이라야 오른쪽에 신발과 옷 가게가 있을 뿐이고
팔짱 낀 사람이 카메라를 향해 바라보며 길 가는 사람 몇 명이 보인다.
원경에는 튼실해 보이나 낡은 건물이 화로에서 나오는 연기 뒤로 보이고
무언가 더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하는 키 낮은 건물 쪽으로 사람들이 가고 있다.
정신없다는 반응에 부응하려면 더 많은 사람이 길을 지나고 왁자한 장치들이 있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음에도 사람들이 정신없고 시끄럽다는 반응이다.
그것은 덩치 큰 남자가 앞을 가려 답답하고 다 보여주지 않아 표정을 볼 수 없어서 불편하다는 말이다.
아이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해 아이 콘택트를 거부하고 보는이로 하여금 소외당한 기분이다.
건물과 왼쪽 옆의 전봇대와 좌판이 낡을 대로 낡고 허름해서 황량하기까지 하니 깔끔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도의 시장 풍경이다.
"아유~, 정신없어."라는 말속에 그들은 이미 이 상황을 조금은 감지했을 수 있다.
왁자한 시장에서 일행을 놓치면 미아가 될 것 같은 불안과 긴장감, 다급함과 걱정이 프레임에 담겼다.
빠른 반응을 요구하는 사진 찍기에서 이 같은 현실은 더 빠름을 요구한다.
회상을 통하여 텍스트로 이야기를 풀어간 다음에야 그 상황으로 함께 들어갈 수 있었고
그때를 공감하며 왜 그렇게 사진을 찍었는지 상세히 알게된다.
사진 한 장으로 모든 걸 말할 수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그러나 이처럼, 어렴풋이 상상할 수 있는 프레임을 담아내고
프레임을 텍스트가 친절하게 대변해 주는 것도 좋다.
사진에서, 나쁜 사진이란 없다.
※프레임은, 작가가 바라보는 방향을 기준으로 오른쪽, 왼쪽을 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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