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말하기

사진, 물건에 애착이 갈 때-by 이재현

phototherapist 2019. 3. 18. 09:49

물건에 애착이 가는 것은, 그것과의 기억과 의미의 연결이다.

내게 앉은뱅이 재봉틀은 '비 오는 날'이다.


물건에 특히 애착이 가는 것이 있다.

앉은뱅이 재봉틀은 어릴 적, 비 오는 날을 생각나게 한다.

재봉틀을 보게 되면 발걸음을 멈추는 이유다.

재봉틀이 돌아가고 천 조각이 방안 여기저기를 굴러다니는 날은

온 집안에 부침개 냄새가 진동한다.

처마 끝에 달린 빗방울이 마당에 떨어지는 것을 따라잡겠다고

위아래로 고개를 빠르게 움직이는 놀이에 열중이다.

빗방울이 떨어져 마당에 흙이 패일쯤이면, 고추장을 살짝 풀어 밀가루와 휘휘 젖고

씹히는 맛이 일품인 우렁이를 넣어 만든 부침개가 등장한다.

빗소리를 들으며 먹는 맛은 따뜻함이다.

그쯤 되면 본격적인 놀이의 시작이다.

해진 옷을 깁는 엄마 옆을 뱅뱅 돌며 조각천을 가지고 조물락거린다.

무엇을 만들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비 오는 날이 온전히 쉬는 날이었던 엄마가 옆에 있다는 것이 좋다.

재봉틀은 엄마를 기억하게 하고 엄마가 옆에 있었으면 했던 바람이

이루어진 날이 비 오는 날이었다.

집 안에서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던 어린아이에게

재봉틀이 돌아가는 날은 엄마와 함께 있을 수 있는 날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