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서 아름다운 일상

남자들만에 산행

phototherapist 2006. 10. 22. 23:45

 

 

 얼마 전부터 남편이 아들과 단 둘이서만 산에 가고 싶단다.

나도 시간이 되는데. 나도 토 일 노는데...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없는 남편이 아들녀석에게 미안했던 모양이다.

한참 남자들끼리 얘기도 하고 아빠라는 사람이 사소한 것들에서부터

아이들이 커 가면서 느끼는 여러가지들을  지켜주고, 하다 못해 축구라도

한번 같이 할 수가 없으니 그럴만도 하겠다.

 

중간고사도 끝나고 아들녀석은 친구들과 찜질방에서 하루를 자고

일요일도 실컷 놀고 싶은 걸 아빠가 어렵게 일요일에 맞추어 시간을 낸 것을

아는 지라, 쉽게 가지 않는다는 말도 못하고 친구들과 찜질방에 있을테니 새벽에 데리러 오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찜질방에서 밤 10시 이후에는 아이들을 내 보낸단다.

부모에 허락하에, 부모님 한분이 대표로 와서  허락을 받아야 잠을 잘 수 가 있다고 사정을 한다.

와 주면 안 되냐고.

 

거의 열시가 되어서야 도착한 남편과 함께 이십여분 거리인 찜질방에 가니 사정은 달랐다.

 보호자 입회하에,보호자도 찜질방에 같이 있어야 한단다.  참.....

 

아이들은 허락만 받으면 가능할 줄로 알고 있다가

돈이 아깝니 뭐니 하면서 투덜댄다.

 

어차피 이 녀석들은  밖에서 잘 결심을 한 모양이니

우리집으로 가자 해서 데리고 왔다.

 이상한 문화다.  아이들조차도 찜질방을 찾는다니

그것도 남자 녀석들이 떼로 몰려서...

 

한참 또래들과 어울려 호기심도 많고 게임도 맘껏 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 된다니

그런 생각을 한 것이리라.

 

도대체 찜질방이 어떤 곳인지  한번 경험한 나로서는 그리 편안한 공간으로

인식되지 않아서인지 쉬려고 간다는 말이 이해하기 어렵다.

 

새벽까지 수다와 게임과 장난을 치는 녀석들,

자기들도 아는지 "너무 시끄럽죠? 죄송합니다'라며 넉살을 떤다.

 

새벽녁에 자는 친구들을 뒤로 하고 남편과 아들은 지리산으로 출발한다.

둘이서 집을 나서는 모습을 보니 아들녀석이 많이 컸다 싶다.

 

전화가 온다

'엄마~ 구례구역에 도착했어. 배고파서 라면 먹어"

허기진 배로 다니면 더 힘이 없을 것 같아 된장국에 간단하게 밥을 먹여 보냈는데도

크려고 그러는지 뒤 돌아 서면 배가 고프단다.

남편에게 당부한 말도 그것이었다.

아들이 자주 배가 고파하니 먹고 싶다는 것, 자주 사주라고.

웃으며 알았다고 대답하는 남편.

 

원 계획은  토요일에 출발, 산장에서 일박하고 천왕봉까지를 계획했으나

아들에 친구들과에 약속을 무시할 수도 없어서 일정을

대폭 수정, 노고단에서 피아골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단다.

 

노고단이라고 전화가 왔는데 비소리가 후두둑!!!

바람이 너무 불어서 사진 한장도 못찍겠단다.

몇해 전 가족이 함께 한 노고단 에서에 일이 생각이 나서

어렵더라도 이번에는 사진 한장만 찍어오라는 부탁을 한다.

 몇해전 아이들이 어렸을 때  노고단에서 열심히 셔터를 눌러 댔었다.

 아뿔싸, 필름이 없는 사진기를 가지고 그런 쑈를 했었다니 ㅎㅎ

 여전히 올 해도 휴식년제로 묶여 있어서 노고단 나무 계단은 밟아 보지 못했단다.

  그 때도 그랬는데 또 묶어 놨데???

 

그래 찍어 온 사진이 달랑 한장.

눈앞도 분간이 안되고 춥고 힘도 들고 하산시간 다섯시간.

피아골로 내려 오면서 슬라이딩을 했단다.

엄마가 쫌 힘들거란다. 신발이며 바지가 엄망이 되었다고.

 아들이 그렇게 어려운 산행을 한 것에 비하면

그런 수고쯤이야 괜찮다는 내 말에 아들녀석 웃는다. 자신도 대견한 듯 ....

 

기차에서는 맥반석 계란도 사 먹었다나?

아빠랑 같이 얘기 나눌 추억이 하나 더 생겨서  좋다.

 비도 오고 바람도 불고 맑은 날보다 이런 날에 산에 갔다 온 것이

더 기억에 남을 거란다.

남자들 둘이서 서로 마주 보며 웃는 폼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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