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씨엠립
맑은 영혼의 사람들>
에필로그
비가 퍼붓는다.
톤레샵 호수로 가는 길은 붉은빛 황톳물로 일렁인다.
배를 타고 수상 촌과 호수를 둘러보기로 한다.
억수로 쏟아지는 비에 소년이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의아하다 못해 걱정스럽다.
소년은 노를 잡아 후진을 돕고 나른한지 비가 들이치는 배 안에서 잠을 잔다.
그 모습이 일상인 듯, 핸들을 잡은 아버지는 아들이 오가는 걸 흩어 쫓을 뿐, 말이 없다.
눈으로 말없이 지켜주는 아버지, 그 아버지의 따스한 눈빛이 자신을 쫒고 있음을 아들은 안다.
큰 배가 지나며 물결을 만든다. 배가 출렁인다.
소년은 안전장치 하나 없는 뱃머리에 다리 걸치고 앉는다.
둘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넘어 협업의 관계, 단짝 친구인 것이다.
붉게만 보였던 강에 투망질 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보인다.
물결과 함께 춤추고 화려한 투망질로 비상한다.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퉁탕거릴 때,
가슴을 진정시켜 주는 곳이 붉은빛 물결 일렁이는 이 곳일 수 있겠다.
어쩌면 그들에게 불안한 곳은, 흔들리지 않는 곳이겠다는 생각을 하는 중에도
그들의 화려한 춤사위는 계속되고 빈 어망이 물을 가르며 수면 위로 올라온다.
어망을 정리해 던지기를 계속한다.
그들은 최고의 공연을 위해 끝없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는 무용수가 된다.
여행 내내 그들을 내가 본다고 생각했다.
스치는 한 사람으로, 기억에도 없을 한 사람으로 치부하며
별스럽지 않게 그들이 나를 보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은
사진을 정리하고도 한참이 흐른 뒤였다.
나만 그곳을, 그들을 본다는 오만 방자한 믿음은 오산이었다.
내가 나를 들여다보게 그들이 조용히 보아줬던 것이다.
기억 구석에 왔다 갔던 한 사람으로라도 남아 있었으면 하고 터무니없는 바람을 갖는 것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자하는 본능일진데, 그런 욕심조차 없이 바라봐주는 것으로
나를 볼 수 있게 한 그들로 인해 거추장스러운 옷을 벗는다.
그 곳에 가서 가벼워지고 그들을 만나서 소중함을 안다.
캄보디아!
너를 만나서 나, 맨발이 되었다.
[이재현] [오후 8:07] 캄보디아 씨엠립 - 맑은 영혼의 사람들 - 리디북스 - https://ridibooks.com/v2/Detail?id=2043000128&_s=search&_q=%EC%BA%84%EB%B3%B4%EB%94%94%EC%9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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