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유채 만발한 길을 걷는다.
걸으며 마주하는 감정과 이야기 나눈다.
그들은 지나치게 가까운 사이로
서로 엉겨 붙어 떨어질 줄 모른다.
떼어 가닥가닥 나누어 말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마음이었다가 저런 마음이 되기도 하고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기 태반이다.
이 감정이 춤을 추면 저 감정이 덩달아 굿판을 벌인다.
때론 미움이 무겁게 내려앉아 내가 나를 다독여야 할 만큼 압도되고
두려움으로 한 걸음도 뗄 수 없어 누군가 등 떠밀어주길 기다리기도 한다.
슬픔에 옴짝달싹 못해 붙박이가 되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생판 다른 표정을 짓기도
한다.
관심 받고 싶어 기웃거리며 자신을 돋보이려 애쓰다가도 그게 뭐 대단한 일일까 싶어지면, 사는
거 별 거 아니라며 사소함에 행복해하는.
수 만 가지 교차하는 감정을 조각 내어 엉겨 붙은 그들을 떼어
놓으려 한다.
그래서 무작정 걷기로 한다.
걷는다.
골목에 가지런히 전시된 채소를 보고 노랗게 물든 들판을 보고
고목나무 아래 지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90세 어르신이 몰고 가는 삼발이 오토바이를 보고
빨래 너는 아낙과 눈인사도 나눈다.
꽃이 만발한 계절이면 더 좋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말을 걸어오고 울퉁불퉁한 길이 마음 쓸어 다독인다.
힘들면 힘든 데로, 즐거우면 즐거운 데로 보듬어 주고 더불어 기뻐해 주는 길,
그 길 위에 있다.
걷는다.
유채 만발한 청산도에서 나를 만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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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역시다.
무념의 상태다.
발끝을 한 번 보고 노랗게 물든
들판을 본다.
들판을 보고 나무 한 그루 본다.
한 그루 나무를 보고 동백꽃을
본다.
동백꽃을 보고 아침 산책길에
어르신을 본다.
어르신을 보고 돌담 길을 본다.
돌담 길을 보고,
보고, 보고, 보고.
.............................
노랗게 물든 들판을 본다.
들판을 보고 발끝을 본다.
처음에 나로 돌아간다.
걷기만 했을 뿐이다.
말갛게 개인 마음은
엉킨 실 붙잡고 시름하던 답답함이 후련하니 가볍다.
청산도를 걷기만 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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