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소개

이재현과 떠나는 힐링여행.청산도-by 이재현

phototherapist 2019. 9. 9. 17:56

프롤로그
유채 만발한 길을 걷는다.
걸으며 마주하는 감정과 이야기 나눈다
.

 
그들은 지나치게 가까운 사이로

서로 엉겨 붙어 떨어질 줄 모른다.
떼어 가닥가닥 나누어 말하기란 쉽지 않다
.
이런 마음이었다가 저런 마음이 되기도 하고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기 태반이다
.
이 감정이 춤을 추면 저 감정이 덩달아 굿판을 벌인다
.

 
때론 미움이 무겁게 내려앉아 내가 나를 다독여야 할 만큼 압도되고

두려움으로 한 걸음도 뗄 수 없어 누군가 등 떠밀어주길 기다리기도 한다
.
슬픔에 옴짝달싹 못해 붙박이가 되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생판 다른 표정을 짓기도

한다.
관심 받고 싶어 기웃거리며 자신을 돋보이려 애쓰다가도 그게 뭐 대단한 일일까 싶어지면, 사는 거 별 거 아니라며 사소함에 행복해하는
.
 
수 만 가지 교차하는 감정을 조각 내어 엉겨 붙은 그들을 떼어 놓으려 한다
.
그래서 무작정 걷기로 한다
.
걷는다
.
골목에 가지런히 전시된 채소를 보고 노랗게 물든 들판을 보고

고목나무 아래 지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90
세 어르신이 몰고 가는 삼발이 오토바이를 보고

빨래 너는 아낙과 눈인사도 나눈다
.
 
꽃이 만발한 계절이면 더 좋다
.
형형색색의 꽃들이 말을 걸어오고 울퉁불퉁한 길이 마음 쓸어 다독인다
.
힘들면 힘든 데로, 즐거우면 즐거운 데로 보듬어 주고 더불어 기뻐해 주는 길
,
그 길 위에 있다
.

걷는다
.
유채 만발한 청산도에서 나를 만나기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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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역시다.
무념의 상태다
.

발끝을 한 번 보고 노랗게 물든


들판을 본다.
들판을 보고 나무 한 그루 본다
.
한 그루 나무를 보고 동백꽃을


본다.
동백꽃을 보고 아침 산책길에


어르신을 본다.
어르신을 보고 돌담 길을 본다
.
돌담 길을 보고
,
보고, 보고, 보고
.
.............................
노랗게 물든 들판을 본다
.
들판을 보고 발끝을 본다
.

처음에 나로 돌아간다
.
걷기만 했을 뿐이다
.

말갛게 개인 마음은

엉킨 실 붙잡고 시름하던 답답함이 후련하니 가볍다
.
청산도를 걷기만 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