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말하기

제주도 휴애리는 동백꽃 축제중.-by 이재현

phototherapist 2020. 1. 13. 17:46

제주도,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에는

동백꽃이 붉고

sns는 동백꽃 사진이 천지다.

제주도,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에는 동백꽃이 붉고 sns는 동백꽃 사진이 천지다.

몇 곳이 바짝 동백꽃으로 뜨고 있는 지금, 급 의견을 내놓고 일사불란, 형제 다섯가족이 제주도로 간다.

각자 바빠 시간을 맞추려면 한동안 고심하는데, 숙소와 비행기표와 차량을 순식간에 섭외, 급 가족여행단이 결성(?)된다.

동백꽃에 1도 관심이 없는 시 가족들과 달리, 요즘 핫한 휴애리 동백꽃 코스를 살짝! 끼워 넣는다.


정말 살짝이다.

들어서자마자 붉은 동백꽃과 바닥을 뒹구는 꽃잎이 마음 설레게 한다.

휙 둘러보고 단체사진 한 장 찍고 가족들은 돌아 나온다.

사진을 몇 장 찍었을 뿐인데 두고 나와야 하는 마음은 쓰리지만 이만해도 눈이 호사를 누린 것이라며 애써 만족하기로 한다.

아마도 사진팀과 함께 갔더라면 두어 시간 넘게 족히 시간을 보냈을 곳, 이미 저만치 입구에서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고

느린 걸음에 답답해할 것을 생각해 잰걸음으로 출구를 향한다.속도를 따라 잡기에는 역시 역부족이다.

사실, 가족여행과 출사수업은 차분히 사진 찍기가 어렵다.

선생님들의 동선과 어떤 대상을 찍는지 등등을 살피느라 어렵고, 가족들이 기다리는 시간으로 인해 불편감을 줄까봐 어렵고.

아내, 엄마인 나를 잘 알고 있는 원 가족은 배려하고 기다려주느라 애 써주니 고마워서 또 어렵다.

대가족의 이동이나 친구들과의 여행에서 카메라를 잘 꺼내지 않는 이유가 그것이기도하다.

그들이 내 걸음을 용서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사가 다름으로 인해 느린 걸음의 사진 찍는 시간을 용서하기 힘든 것이다.

누구 하나 뭐라하지 않지만 그 속도에 맞추느라 내심 바쁘다.

사소한 일만 하더라도 속도와 관심사가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다.

                                                                      



사진찍는 여행은

보편적,그것이 가능하다.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비슷한 자세로 사진에 임하기 때문이다.

가고 또 가도 찍을 것이 있고 찍고 또 찍어도 찍을 거리가 생긴다.

사진은 걸음이 느리다가도 가장 빠른 사람이 되게 한다.

피사체를 발견했을 때는 더없이 발 빠른 맹수와 같은 속도로 돌진하고 사진을 찍을 때는 가장 느린 사람이 되는 것이다.

천천히 살피고 자세를 바꾸며 대상을 바라보기란 물리적인 시간을 충분히 공유해야 가능할 때가 훨씬 많다.

휙 둘러보고 나오기보다 오래 머물며 살피고 같은 곳이라도 자주 찾아가 사진을 찍는 것이 어쩌면 기본이다.

같은 곳을 다시 가 보라고 하면 이미 다 찍어서 찍을 것이 없다는 대답을 한다.

계절이 다르고 날씨가 다르고 빛이 다르고 바람이 다르고 구름이 다르다.

기분이 다르고 감정이 그때와 다르며 지금의 정서가 다르다.

그때는 그 경험이 없었을 때였고 지금은 수많은 경험을 해 본 후일 수 있다.

혼자였는데 오늘은 둘이기도 하고 여럿이기도 하다면 같은 장소가 같은 장소일 수 없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바라보고 그를 알아야 그 피사체를 좀 더 아름답고 그답게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속도는 흐름이다.

흐름을 같이 하는 것이다.

빠르고 느림의 흐름이 서로 맞아갈 때 어우러진다는 일치감을 느끼며 공감 받는다고 생각한다.

당연한 것이다.

그 사람과 같은 보폭으로 그 사람이 보는 것을 바라보며 기다려주고 같이 즐거움을 나누는 것이 같은 속도로 가는 것이다.

            

  시간과 흐름의 속도를 공유하는 것은 기쁜 중에 기쁨이다.

무언가 생각만 했을 뿐인데 상대가 그 마음을 읽어줄 때, 인정받고 존중받는다는 기분 좋은 감정에 충만하게 된다.

추운 겨울날, 같은 시기에 붉게 피었다가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한 잎씩 떨구는 동백꽃도

함께 서 있고

함께 피고

함께 지는 속도와 흐름을 나누며 위안을 받을 것이다.

같은생각과 비슷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끼리 무리를 이루며 어울려 다니는 것을 보면 그런 이유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며 내 생각이 그르지 않음을 확인받고 격려 받으며 그 사람들과 있는 자신을 보며 잘 살고 있다는 자기 체면과 위안을 받는 것, 그래서 초록은 동색, 유유상종이란 단어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 무리에 속해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고 자신의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들의 속도를 쫓아갈 것인가? 그 속도를 감지하고 맞춰갈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될 때 속도를 맞추는 쪽을 선택하고

미련을 남길 것이냐? 아니면 전혀 다른 속도로 그 일행 속에서 빠져나올 것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경험은 언제나 있게 마련이다.

어쩌면 살아가는 것 자체가 속도를 맞추느냐 마느냐일 수 있다.

그 사람의 행보와 공감능력, 어우러짐을 말하는 배려까지도 함축하는 것이 속도와 흐름이다.

맞추어 함께할 것인가를 강제하지 않으나 우리 스스로 결정 앞에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백꽃이 무리 지어 피고.... 지고 있다. 조화롭게.

그들은 알고 있다. 같은 걸음으로 간다는 것은 외롭지 않다는 것을.

속도를 맞춰 우르르 피어난다는 것은 좀 더 풍요로울 수 있다는 것을.

흘러가는 대로 둘 줄 안다는 것은 진정 아름답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