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들의 비밀스러운 사랑을 고백하는 곳.
에르베 광장으로 가는 길에 줄리엣의 집이 있고 발코니에 줄리엣(?)이 손을 흔든다.
줄리엣 동상 오른쪽 가슴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소문에 학생 어른, 동서양을 막론하고 줄리엣 가슴을 만지려는 사람들이 호시탐탐 순서를 노리고 있고 누구 하나 가슴을 만질라치면 무리 지은 학생들이 열렬한 환호성으로 맞이한다.
그들은 절절한 사랑을 고백하는 곳이 있어 다행이라 하고, 사랑을 이루어 줄 것이란 믿음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장소 하나쯤 세계 어느 나라에 있다는 것도 괜찮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소설 속 허상의 인물이건,
어느 귀족 가문의 전해 내려오는 사랑을 소설화했든, 그 안타깝고 애절한 사랑을 믿고 싶고 그런 사랑이 있다는 것에 타인을 빌어 만족하고자 한다.
붙이고 낙서를 해서도 부족해서 붙일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톡톡 털어 붙여야만 온전한 사랑이 이루어지고 유지되리라는 희망을 갖는다. 급기야 가방 깊숙한 곳에 여행 시 비상용으로 들고 다니던 밴드를 붙이게까지 한다.
그 사랑을 믿는다. 믿고 싶다.
줄리엣이다.
그녀는 50년 후의 클레어가 될 수 있고, 지금 하고 있는 사랑을 확인하러 훗날 이곳을 다시 찾아올 수도 있다.
그녀의 사랑이 아름답게 유지되기를, 이루어지기를.
왁자한 무리 속에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는 로미오다.
그는 생을 달리하고 환생한 줄리엣을 찾아 나선 것일지 모른다.
조용히 두리번거리며 미소를 잃지 않는 그를 보며 확신한다.
줄리엣 집에 찾아온 로미오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줄리엣을 한 눈에 알아보고 찾아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시골 농가를 달리는 자동차 사이로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평화로운 전원이 펼쳐진다.
'우리가 좋아하는 포도주나 마시자.'며 첫사랑 로렌조 찾기를 포기하려던 클레어는 순간, 포도밭에서 일하고 있는 로렌조 아들을 통해 젊을 적 로렌조를 본다. 그녀는 그때야 소피와 찰리를 말리며 뒷걸음친다.
자신은 50년의 세월을 지나 나이 든 사람이 되어 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닫게 된 것이다.
소녀적 자신으로 남고 싶은 욕망과 로렌조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지 모른다는 것과 늙어버린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서다.
그때의 클레어가 아님을.
둘은 한눈에 알아본다.
그리고
'사랑엔 늦은 때가 없다.' 라며 서로가 그리워했음을 확인한다.
누구나 사랑을 꿈꾼다. 누구나 사랑을 한다.
누구나 사랑을 하고 싶고 받고 싶다.
레터스 투 줄리엣(Letters to juliet)을 따라 간 여행,
그토록 많은 낙서와 메모에는 사랑을 향한 그들의 바람이 켜켜이 담겨 있었다.
'사진으로 말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축하할 일이 있다는 건, 언제나 옳다-by 이재현 (0) | 2019.06.25 |
---|---|
나, 어느날 그녀처럼-by 이재현 (0) | 2019.06.22 |
사진,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것-by 이재현 (0) | 2019.06.17 |
어른이 되어서 찾아가는 고향-by 이재현 (0) | 2019.06.01 |
꽃으로 놀다. 성북구 평생학습관-by 이재현 (0) | 2019.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