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말하기

축하할 일이 있다는 건, 언제나 옳다-by 이재현

phototherapist 2019. 6. 25. 00:05

축하하고 받을 일이 있다는 것은 조건 없이 옳다.

동반자를 만나는 일은

세상 어느 것보다 소중해서

축하받아 마땅하다.


평생 함께 하겠다고 약속하는 일이란,

감히 어디에, 무엇에 견줄 바가 아닌 큰 결심을 요구하고 행복감을 준다.

서로 맞춰가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으로 삐걱거리며 날카로운 소리를 내기도 하고

어느 날은 제법 잘 맞는 것 같은 착각에 살짝궁 착각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이만한 사람도 없지.'라는 생각이 고개를 내미는 중년을 넘어서면 그때야 드디어 가장 친한 친구 하나가

내 곁에 있음을 깨닫게 되니, 이만한 느림도 또 없다.

그런 느린 행보의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 결혼이겠다.

처음부터 찰떡궁합으로, 척척 호흡이 잘 맞아가는 부부도 물론 있다.

부러울 따름인.

여행 중에 만난 신부다.

인사를 나눈 것도 아니요, 하객으로 결혼식에 초대받아 참석한 것도 아니다.

귀한 친구 하나를 만난 신랑 신부에게 축하의 기억으로 남기고 싶어 신부의 사진을 찍고 내려가던 길에

일행과 멀어지는 것을 감수하고 다시 오르막을 돌아가 단체컷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포토그래퍼를 옆에 두고

내가 먼저 기념촬영을 한다.

내 방식의 축하 법이다.

나를 보며 웃는 사람도 있고 내가 포토그래퍼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있다.

현지 포토그래퍼는 서브작가가 되어버리는 해프닝.




맘껏 축하하기 위해 하객들은 어제 만나 얼굴을 익히고 음식을 나누었을 것이고

신랑은 결혼 전 마지막 선물이 되고 결혼 후 첫 선물의 부케를 신부에게 건네며 평생의 사랑을 약속했을 것이다.

신부는 정원에서 툭 꺾어온 것 같은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부케를 들고 소녀처럼 웃는다.

그 미소에 신랑은 평생을 그녀와 보내겠다고 결심한 것이 아닐지.

다시는 그들을 만나지 못한다 해도 그들과 기쁨을 함께한 기억은 사진으로 선명하다.

사진을 찍고 뒤돌아 올랐던 길을 내려오며 축하한다고, 잘 살기를 바란다고, 행복하라고 기도한다.

로마 시내를 돌아 나오는 길에 깃털 같은 가벼움은 여행의 즐거움에 축하할 수 있는 기쁨을 함께한 이유일 수 있다.